[이코노 카페]‘차이나 러시’ 값비싼 대가

  • 입력 2007년 11월 26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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값싼 인건비만 노리고 진출했다

稅혜택 축소 - 규제 강화에 곤경

정부, 청산조건 완화 등 나서길

“회사를 청산하고 싶어도 절차가 까다로워 그마저도 마음대로 못하고 있습니다.”

24일 중국 윈난(雲南) 성 쿤밍(昆明) 방크호텔. 대한상공회의소가 중국에 진출한 4만여 한국 기업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중국 내 각 지역 한국상회 회장단 회의를 열었습니다.

대한상의에 따르면 이날 회의에서 가장 많이 나온 표현은 ‘야반도주(夜半逃走)’였습니다. 값싼 인건비를 보고 중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이 밀린 세금과 임금을 해결하지 못해 한밤중에 짐을 싸서 도망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중국 일부 지역에선 이미 한국 기업의 ‘야반도주’가 사회 문제가 된 지 오래입니다.

윤은석 칭다오(靑島) 한국상회 부회장은 칭다오에서 ‘야반도주’한 외국 기업인 119명 중 103명이 한국 기업인이라고 전했습니다. 이들 때문에 칭다오 은행은 전체 한국 기업에 대한 신용도를 한 등급 낮추기까지 했답니다.

최근에는 중국이 외국 기업에 대한 각종 세제(稅制) 혜택을 축소하고 노동법과 환경 규제를 강화하면서 우리 기업들이 더 어려운 상황에 내몰린다는 하소연이 이어졌습니다. 광저우(廣州) 등 일부 지역에선 인건비도 3년 전에 비해 80%나 상승했습니다. 치밀한 준비와 전략 없이 너도나도 낮은 인건비 하나 보고 중국으로 몰려간 ‘차이나 러시’의 후유증이죠.

사업을 접고 철수하려고 해도 청산 절차가 까다로워 이마저도 쉽지 않다는 얘기도 많았습니다. 소득세 환급, 대출이나 지원액 차액 환급 등 요구 조건이 까다롭기 때문입니다.

참석자들은 베이징(北京) 올림픽을 앞두고 각종 규제가 더욱 강화되는 내년이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엔 더 혹독한 시련의 시기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우리 기업인의 자녀 교육 문제도 더는 방치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일례로 칭다오에 있는 1만 명의 한국 학생 중 국제학교에 다니는 학생은 20%를 넘지 못하고 있고, 일부 중국 공립학교에선 한국 학생을 아예 받지 않는다고 합니다.

정부가 해외 진출 기업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청산 조건 완화, 국제학교 설립 등 개별 기업 차원에서 대응하기 어려운 문제는 정부가 나서 줬으면 하는 것이 현지 기업인들의 바람입니다.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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