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혁신도시 이대로 가면 유령 도시 된다”

  • 입력 2007년 11월 23일 2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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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균형발전 정책의 핵심 사업인 혁신도시에 공공기관 사무실만 들어오고 인구가 유입되지 않아 낮에만 북적거리고 밤에는 불 꺼진 도시가 될 공산이 높아지고 있다. 감사원은 두 달간 행정자치부 등 6개 부처와 충남도 등 21개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지역개발사업 추진 실태’를 감사했다. 유충흔 전략감사 본부장은 그제 “혁신도시가 지역 혁신 거점이 되려면 교육 복지 등 거주 여건이 갖춰져야 하는데 인구 유입 대책이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178개 공공기관을 전국 10곳으로 나누어 이전하면 관련 기업과 연구소들도 따라갈 것이라는 기대도 환상에 가깝다. 감사 결과 기업 이전과 관련한 계획을 세운 곳은 대구시 울산시 전북도 세 곳뿐이었다. 대부분의 지자체가 어떤 기업을 어떻게 유치할지에 대한 기본 구상조차 못하고 있다. 오겠다는 기업이 없으니 계획이 제대로 설 리 없다.

공공 기관 직원들조차 단신(單身) 부임하려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한국토지공사의 경우 가족과 함께 가겠다는 직원은 15.8%(울산)와 42.4%(전북)밖에 안 됐다. 광주 전남 혁신도시(나주)로 이전할 공공기관 종사자들 중에 가족과 함께 가겠다는 사람이 30%가 채 안 됐다. 병원도 없고 학교도 없는 허허벌판에 사무실만 덜렁 있는 곳에서 자녀를 교육시키고 가족과 함께 생활을 꾸리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제주 김천 진주 나주에서 열린 혁신도시 착공식에 잇따라 참석해 “임기 안에 말뚝을 박고 대못을 박아 두기 위해 서두른다”고 말했다. 신도시에 해당하는 혁신도시를 만들면 구시가지의 슬럼화를 재촉하게 된다. 그래서 혁신도시를 만들지 말고 구시가지를 재개발하는 것이 낫다는 의견이 나오지만 번듯한 새 도시를 만들어 ‘참여정부 업적’으로 내세우고 싶은 욕심 때문에 일을 그르치고 있다.

아직 착공을 하지 못한 곳에서는 혁신도시 예정 지역의 땅값이 1월 기준 4년 만에 58.5%, 금액으로는 38조 원 이상 뛰었다. 감사원 지적을 계기로 차기 정부는 말뚝과 대못을 뽑아내고 혁신도시 정책을 근본적으로 수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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