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前경찰총수가 지켜본 청와대 386의 행태

  • 입력 2007년 11월 23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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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준영 전 경찰청장이 자서전에서 털어놓은 노무현 대통령과 386운동권 출신 대통령비서관들의 행태는 법치(法治)와는 거리가 멀었다. 허 전 청장이 소개한 일화들은 대통령치안비서관 및 경찰청장 재직 시 직접 겪은 것으로 이 정권의 내밀한 구석들을 잘 보여 준다. 청와대가 이 나라 최고의 국정을 다루는 곳인지, 아니면 일개 동아리집단인지 분간하기 힘들 정도다.

정권 초기인 2003년 초 정무수석비서관 밑에 6명의 비서관이 있었는데 허 씨를 뺀 5명이 감옥에 다녀온 운동권 출신이었다. 그들은 밤늦도록 토론을 했다면서 다음 날 한낮이 다 되도록 사무실에서 잠을 자기도 했다. 회의 도중 수석비서관에게 ‘형(兄)’이라고 부르는 비서관도 있었던 모양이다. 그들은 집권 초기 소주를 마셨으나 몇 달 안돼 양주로 바꾸고 식사 한 끼에 1인당 10만 원이 넘는 고급 호텔 식당을 거리낌 없이 드나들었다는 게 허 씨의 증언이다.

경찰에 연행된 불법 폭력시위자가 친구나 선후배라고 해서 석방을 요구하기도 했다. 범법자를 엄단해 법질서를 세우도록 돕기는커녕 개인적 인연을 앞세워 처벌을 면하게 한 것이다. 노 대통령은 2005년 시위 농민 사망 사건으로 경찰청장직을 그만둔 허 씨를 위로하는 만찬 자리에서 “운동권, 시민단체 등이 내 권력기반 아니냐”며 그의 경질을 변명했다고 한다. 노동운동 단체와 좌파 시민단체들이 공권력을 예사로 짓밟아도 끄떡없었던 이유를 노 대통령 스스로 설명한 셈이다.

어느 모로 보나 공인(公人)의식이 모자라는 사람들이 국정 최고사령탑에 앉아 있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국민의 세금을 함부로 쓰고 공술에 취해 간 타락의 흔적도 엿보인다. 가장 깨끗한 척 떠들던 그들의 도덕성 수준이 이 정도밖에 안 되었던 것이다.

경찰대 졸업식 때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노 대통령이 악수하는 대형 사진이 걸린 것을 보고 청와대 의전팀 관계자가 “그렇게 감(感)이 없느냐”고 학교 측을 나무랐다는 얘기도 들어 있다. 한미동맹 관계에 금이 갈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알 만하다. 이렇게 어질러진 국정을 수습하는 것부터가 차기 대통령의 주요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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