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정성희]북극곰의 ‘진실’

  • 입력 2007년 11월 14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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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 동물 중 가장 유명한 종(種)이 도도새다. 1598년 서구 열강이 식민지 개척에 여념이 없던 시기, 포르투갈인 선원들은 인도양 모리셔스 섬에서 날지도 못하고 뒤뚱뒤뚱 걷는 이상한 새를 보았다. 그 새는 아무런 거리낌 없이 인간에게 다가왔다. 선원들은 그런 모습이 멍청해 보인다며 ‘도도’(포르투갈어로 바보라는 뜻)라는 이름을 붙였다. 도도새는 육류가 필요했던 선원들에게 잡아먹히고 알은 가축에게 짓밟혀 1세기 만에 사라졌다.

▷데이비드 콰멘의 저서 ‘도도의 노래’로 유명해진 도도새는 인간에 의한 자연 파괴의 상징으로 전 세계에 생태주의(生態主義) 붐을 일으켰다. 모리셔스는 도도새 기념우표를 발매하기도 했다. 도도새처럼 21세기에는 북극곰이 환경에 대한 인간의 죄의식과 불안감을 키우는 상징으로 등장했다.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이 만든 다큐멘터리 영화 ‘불편한 진실’에는 지구온난화로 빙하가 녹아 북극곰이 익사하는 애니메이션 장면이 나온다.

▷하지만 북극곰 멸종 우려는 기우에 가깝다. 영국 더타임스 인터넷판은 “북극곰의 개체 수가 늘어났으며 환경단체들은 이런 사실에 곤혹스러워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1950년대 5000마리이던 북극곰은 현재 2만5000마리로 50여 년 사이에 5배로 증가했다. 먹이를 찾지 못한 북극곰이 민가로 내려오는 모습도 자주 목격된다. 북극곰 개체 수가 늘어나자 러시아는 1973년 ‘북극곰보호협정’ 체결 이후 금지해 온 북극곰 사냥을 허용할 방침이라고 한다.

▷도도새처럼 북극곰도 인간에게 자연에 대한 환상을 심어 주기에 적당한 동물이다. 어린이의 친구인 복슬복슬한 흰색 곰이 지구온난화 때문에 곧 멸종한다니 얼마나 가슴 아프겠는가. 환경론자들이 북극곰을 환경재앙의 상징물로 택한 것도 이해는 간다. 하지만 위기에 대한 경고도 사실에 기초해야 한다. 덴마크 통계학자 비외른 롬보르가 ‘회의적 환경주의자’에서 일부 환경론자가 환경 위기를 과장해 밥벌이를 한다고 비판한 그대로다. 온난화는 사실이지만 모든 폐해를 온난화 탓으로 돌려선 안 된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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