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어리그 이야기]‘돈되는’ 아시아 시장 겨냥

  • 입력 2007년 11월 10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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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열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아스널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경기(2-2 무승부)는 전 세계에서 10억 명이 봤다고 한다. 이 추산이 맞는다면 단일 경기로는 2006년 독일월드컵 결승전보다 더 많은 사람이 본 셈이다.

경기는 현지 시간 낮 12시 45분에 시작됐다. 수천 명의 맨체스터 팬들은 런던의 스타디움에 제 시간에 도착하기 위해 새벽에 일어나 4, 5시간의 긴 여정을 보냈다. 이제 이런 현상은 관행이 됐다. 외국 선수들이 뛰고 외국인 구단주가 등장한 유명 팀들의 시장성이 증가함에 따라 잉글랜드가 아닌 동양의 황금시간대에 경기가 열리고 있다.

모든 팀이 중국의 TV 시장을 겨냥하고 아시아에서 상품 판매를 성장시키려고 노력한다. 잉글랜드 팀들은 웨인 루니와 카를로스 테베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이상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세스크 파브레가스, 윌리암 갈라스, 에마뉘엘 아데바요르(이상 아스널) 같은 유명 선수들에게 거액의 연봉을 줘야 한다. 그래서 아시아에서 돈이 벌린다면 기꺼이 동양 시간대에 맞춰 경기를 하는 것이다.

이런 추세가 오후 3시에 열리던 잉글랜드 프로축구의 오랜 전통을 바꿨다. 축구는 스탠드에 열광적인 팬이 있어야 성공한다. 그러나 아시아와 미국의 돈이 더 필요한 상황이 됐다.

아스널이 에미리트스타디움에서 경기를 하고 ‘에미리트 항공을 타고 날아보세요’란 로고가 달린 유니폼을 입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도 미국 금융그룹인 AIG와 역시 미국 회사인 나이키의 로고가 박힌 유니폼을 입고 있다.

선수들은 움직이는 광고판이 됐다. 스포츠는 이제 주요한 사업이 됐다. 잉글랜드의 유명 팀을 사들인 미국인과 러시아인, 태국인, 홍콩의 기업가들은 자선사업가가 아니다. 그들은 프리미어리그를 지구촌 전체의 상품으로 만들어 이윤을 추구하려고 한다.

잉글랜드 클럽 주인이 된 억만장자들은 축구에 자신들의 사업 이미지를 섞어 돈을 벌고 있다. 로만 아브라모비치 첼시 구단주는 가난을 극복한 러시아의 부호라는 이미지가 첼시의 주인이 됨으로써 훨씬 부드러워졌다. 우리는 러시아의 부호가 주인이 됐다는 점에서 첼시를 ‘첼스키’로 부른다.

다시 경기로 돌아와 보자. 아스널 갈라스의 슛이 마지막 슛이었다. 선심은 맨체스터 골키퍼 에드윈 판데르사르가 볼을 쳐내기 전 골 라인을 넘었다며 골로 인정했다. 지구 반대편에서 TV를 지켜보던 사람들은 슬로비디오를 통해 선심이 옳았다는 것을 알았을 것이다. 하지만 경기장에 있던 6만여 팬들은 몰랐다. 경기장 안에 대형 스크린이 있었지만 재방송은 없었다.

바로 이게 축구의 문제점이다. 경기장을 찾은 팬들은 스크린을 보고 확인하고 싶어 하는데 논란이 되는 장면은 볼 수 없다.

그런 점에서 호날두의 환상적인 발놀림과 파브레가스의 냉정한 볼 컨트롤을 여러 각도로 촬영한 장면을 TV로 그대로 볼 수 있다는 점은 감사할 일이다.

랍 휴스 잉글랜드 칼럼니스트 ROBHU800@a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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