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 카페]‘종부세 마찰’ 책임은 누가 지나

  • 입력 2007년 11월 10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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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간해서는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국세청이 8일 지방국세청장 회의자료를 언론에 제공했습니다. ‘종합부동산세 신고관리대책’이라는 이 문건은 올해 종부세 징수 여건과 대책 등을 담은 8쪽짜리 보고서입니다.

▶본보 9일자 A1면 참조
집값 떨어졌는데 종부세 1가구 평균 40% 이상 늘어

이 보고서는 “세금 부담의 대폭 증가가 불가피해 조세 마찰 소지가 있다”며 “고가(高價)아파트 밀집지역을 중심으로 종부세 반대 여론이 조성될 소지가 있고 집단민원 발생도 염려된다”고 지적했습니다.

국세청이 어떤 곳입니까. 최근 현직 국세청장이 구속되면서 체면을 구겼지만 세정(稅政)에 있어서만은 무서울 정도로 철두철미한 조직입니다. 더욱이 지난해에는 종부세 자진신고율 98.2%를 이끌어 낼 정도로 주어진 업무를 완벽히 처리하는 기관입니다.

이런 국세청도 올해 종부세 징수가 만만치 않음을 우회적으로 표출했습니다. 이유는 과세(課稅) 대상자가 급격히 증가하고 세액이 너무 가파르게 올라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2005년 종부세 대상자는 7만700명이었지만 지난해에는 34만800명으로 5배 가까이로 늘었습니다. 올해도 작년보다 16만 여명이 증가한 50만5000명이 종부세를 내야 합니다.

실제로 올해 개인 주택분 종부세 대상자 38만1000명 가운데 1가구 1주택자는 13만9000명으로 작년(6만8000명)의 2배로 늘었습니다. 10명 중 4명은 다주택자가 아닌데도 ‘징벌적 세금’을 물어야 하는 셈입니다.

국세청이 더욱 곤혹스러워하는 대목은 집값이 안 올라도 종부세는 대폭 증가한다는 것입니다. 정부가 주택공시가격과 과세표준(세금을 매기는 기준 금액) 적용률은 매년 기계적으로 상승토록 만들어 놨기 때문에 주택시장이 침체된 올해도 종부세액은 가구당 최소 35% 이상 늘어납니다.

게다가 소득이 없는 은퇴자나 일시적인 2주택자도 무조건 종부세를 내야 합니다.

현 정부는 종부세제를 도입하면서 “세금을 못 내면 다른 곳으로 이사 가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냉정하게 말하면 세금 때문에 살던 곳에서 쫓겨나도 정부는 책임이 없다는 것입니다.

17대 대통령 선거가 불과 39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부디 다음에는 정책의 결과에 책임도 질 줄 알고 세금 무서운 줄도 아는 정부가 들어섰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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