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양종구]축구대표팀 감독 선정, 과연 기준은 있나

  • 입력 2007년 11월 9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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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회가 축구대표팀 감독으로 또 외국인 지도자를 영입한다는 최종 방침이 알려지자 축구계가 술렁이고 있다.

“국내파도 검토하고 있다”는 기술위의 종전 발표에 기대를 걸던 국내 감독들의 실망이 크다. ‘국내파는 K리그 경력만 있고 국제경기 경력이 있는 인물이 드물다’는 기술위의 배경 설명에 대해 국내 지도자들은 “그럼 국내파는 영원히 대표팀 감독을 하지 말란 말이냐”며 비난하고 나섰다. “대표팀을 맡아 봐야 유럽이나 남미 팀과 경기를 해볼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특히 외국인 감독에 대한 명확한 선발 기준 없이 ‘경험 많고 명성 있는 감독이 후보’라는 기술위의 발표에 반기를 드는 전문가가 많다. “한국 축구 실정에 적합한 인물을 골라야지 이름값에 너무 얽매인다”는 비판이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우리의 목표가 젊은 선수부터 체계적으로 양성하는 것인지 아니면 월드컵 본선 16강 진출인지 등을 먼저 정하고 그에 맞는 감독의 자질은 어떤 것인지 규정을 한 뒤 선임 절차에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선결 과제 없이 명성만 좇다 보니 거스 히딩크 감독 이후 움베르투 코엘류, 요하네스 본프레러, 딕 아드보카트, 핌 베어벡 등 후임 감독이 줄줄이 도중하차했다는 분석이다.

사실 축구협회는 대표팀 감독 선임 때마다 쫓기듯 뽑아 왔다. 전임 감독이 성적 부진으로 여론에 밀려 도중에 사퇴하면 해외의 유명 감독 이름을 후보에 올려놓고 고민하다 ‘차선’을 선택한 경우가 많았다. 이것이 감독들이 줄줄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된 이유다.

이번에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기술위는 베어벡 감독이 사퇴한 지 3개월간 손놓고 있다가 갑자기 ‘국내외 감독을 총망라한 20명의 후보 중에 선정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얼마 뒤 ‘국내에는 마땅한 감독이 없어 외국인 감독을 뽑겠다’로 방향을 선회했다. 늘 이런 식이니 “성적이 좋지 않을 경우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바람막이용’으로 외국인 감독을 뽑으려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아직 늦지 않았다. “시간이 없다”고 서두를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감독을 뽑는 게 중요하다. 한국 축구 발전에 대한 ‘원칙 있는’ 심사숙고가 필요한 상황이다.

양종구 스포츠레저부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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