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전상우]특허소송 변리사도 참여 가능하게

  • 입력 2007년 11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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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의 발전 속도가 빨라짐에 따라 변호사에게 변리사 자격을 자동으로 부여하고 특허침해소송에서 변호사만 소송대리를 할 수 있는 현행 제도의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변리사법이 제정된 1960년대에는 과학기술 수준이 높지 않아서 변호사에게 변리사 자격을 부여해도 큰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세계 4위의 특허출원대국으로 발돋움한 지금, 특허·기술 전문성이 필요한 변리사의 역할을 변호사가 독자적으로 수행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과학기술계와 산업계에서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최근 변호사 출신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소속 국회의원이 특허 분야의 전문성을 제고하고 변호사에게 합리적인 이유 없이 특혜를 주는 제도를 폐지하자는 취지에서 ‘변호사에 대한 변리사자격 자동부여 제도 폐지’를 내용으로 하는 변리사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변호사법 제3조에 규정된 일반 법률사무에 특허업무가 포함되기 때문에 변호사에게 변리사 자격을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일반 의사가 전문의 시험을 보지 않고 전문의 자격을 받겠다는 것 같은 논리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설사 변호사가 일반 법률사무의 하나로 특허업무를 대리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변호사 자격으로 대리해야 할 것이지 ‘변호사 겸 변리사’라는 자격을 사용함으로써 특허·기술 전문성을 갖추고 있는 변리사로 국민이 오인할 수 있는 현행 제도는 개선해야 한다.

과학기술계와 산업계가 2004년 이후 지속적으로 국회에 청원서를 제출해 의원입법으로 발의했지만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법사위에 계류돼 있는 또 다른 변리사법 개정안이 있다. 특허침해소송에서 변호사가 선임된 사건에 한해 소송당사자가 특허·기술 전문가인 변리사를 소송대리인으로 추가 선임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 개정안의 주요 내용이다. 특허침해소송은 특허 침해 여부 판단이 핵심으로서 변리사도 해당 기술 분야 전공자가 아니면 판단이 불가능한 실정임에도 불구하고 특허·기술 전문성이 없는 변호사만 소송을 대리하도록 하는 것은 너무나 불합리한 것이다. 많은 사건에서 변리사가 작성한 특허심판청구서·답변서와 그 후 변호사가 작성한 특허침해소송의 준비서면 내용이 동일한 것은 특허침해소송 대리능력을 갖춘 전문가는 변호사가 아니라 변리사라는 사실을 말해 준다.

기업은 특허침해소송에서 자신의 특허기술 내용을 잘 아는 변리사를 대리인으로 선임하지 못하고, 자신의 특허기술 내용을 전혀 모르는 변호사만을 선임할 수밖에 없어서 많은 고충을 겪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소송에서 패소하면 많게는 수백억 원의 손해를 배상하게 되어 망할 수도 있는 기업의 처지에서는 현행 제도가 현실에 맞지 않기 때문에 시급히 개선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금까지 변호사 관련 제도의 개선이 쉽지는 않았다. “변호사가 다수인 법사위는 정치 쟁점을 놓고 싸우다가도 변호사들의 이익을 지키는 데는 여야가 없다”고 언론에서 지적한 바도 있다. 이번 정기 국회에서 변리사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못하면 17대 국회가 만료되는 내년 4월에는 자동으로 폐기된다. 국회의원들이 이번에는 국민의 대표로서 국민의 청원을 존중해 줄 것으로 기대하면서 법사위의 결정을 관심 있게 지켜볼 것이다.

전상우 특허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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