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카페]‘불혹’의 도쿄 모터쇼는 달랐다

  • 입력 2007년 10월 26일 03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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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터쇼는 보여 주는 게 아니라

생각하게 하는 것이다.’

24일부터 일본 지바(千葉)현

마쿠하리(幕張) 메세에서 열리고

있는 도쿄(東京)모터쇼를 둘러보며

자연스럽게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올해로 40회째인

도쿄모터쇼에는 11개국 241개

회사가 참가해 모두 520대의

자동차를 내놓았습니다.

이 가운데 세계 최초로 선을 보인

‘월드프리미어카’가 71종이나 됩니다.》

모터쇼에서 월드프리미어카의 수효는 곧 그 대회의 위상을 의미합니다. 세계적인 자동차 회사들이 심혈을 기울여 개발한 ‘작품’을 내걸 장소로 도쿄모터쇼를 선택했다는 것은 그만큼 이번 대회의 비중을 인정했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이 같은 양적인 규모 못지않게 부러웠던 것은 원숙하면서도 품위 있는 대회 운영이었습니다.

이번 대회에 참가한 어느 업체도 자사 브랜드를 알리는 방편으로 현란한 도우미나 시끄러운 음악에 의존하지 않았습니다.

도요타, 닛산, 혼다 등 일본의 대표적 자동차 3사는 각 사의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나서 회사의 비전과 미래 철학을 설명할 뿐 흥행 성공을 위한 일체의 ‘호객 행위’를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특히 도요타는 이번 대회에서 ‘지속가능한 발전(sustainability)’을 강조하고 나섰습니다. 자연과 자동차, 인간과 기계가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조화로움’을 추구하겠다는 것이지요.

어느 환경단체의 ‘주장’처럼 들리기도 하지만 도요타는 ‘공허한 구호’에 그치지 않고, 이를 ‘제품’으로 구체화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띄는 대목입니다.

‘운전의 재미’를 내세운 닛산과 혼다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이번 도쿄모터쇼를 둘러보며 올해 4월 열린 서울모터쇼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두 모터쇼의 ‘질적 차별’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난감했습니다.

‘70년 된 도요타’와 ‘40년 된 현대자동차’가 만들어낸 ‘연륜의 차이’ 또는 한 해 600만 대의 내수시장(일본)과 160만 대의 국내 시장이라는 시장 규모가 만들어낸 ‘필연적 차이’로 답하기에는 왠지 부족한 느낌이 듭니다.

2009년 열리는 서울모터쇼에서는 고객과 자동차업체가 ‘소통’할 수 있는 한마당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도쿄=김창원 기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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