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油價 100달러와 불안한 세계 경제 변수

  • 입력 2007년 10월 22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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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가 무섭게 치솟고 있다. 미국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 가격이 배럴당 90달러를 넘나들고 우리가 가장 많이 수입하는 두바이유 가격도 79달러를 넘어섰다. 터키의 이라크 침입 가능성이라는 단기 요인도 있지만,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로 인한 신용경색과 달러가치 하락, 그 결과로 나타나는 실물자산 선호 등 중장기 변수도 작용하고 있다. 이 추세라면 유가 100달러 돌파도 시간문제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두바이유 가격이 85달러를 넘어서면 과거 오일쇼크에 맞먹는 충격이 세계 경제를 강타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국내 시장은 벌써 영향을 받고 있다. 미국 증시 약세에 우리 주식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석유 구리 니켈 곡물 등 원자재 가격 상승까지 겹쳐 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앞으로 미국이 금리를 추가 인하하면 달러 하락은 가속된다. 중국 인도의 거품경제 논란도 만만찮은 잠재 악재다.

가까스로 회복 국면을 보이고 있는 국내 경제가 살얼음 위에 놓인 형국이다. 화학 섬유 등 유가에 직접 노출된 업종은 더 불안하다. LG화학의 경우 유가가 1달러 오르면 공장 가동 비용이 연간 35억 원 늘어난다고 한다. 기름값이 오르고 경제가 어려워지면 대응능력이 떨어지는 서민부터 큰 고통을 받는다.

기업과 금융사들은 해외자산 운용, 외화 차입 등에서 위험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신수종(新樹種)사업’ 개척 등 내성을 키우려는 몸부림도 보인다. 하지만 정부는 “경제는 참여정부처럼 하라”는 노무현 대통령의 말이 족쇄가 됐는지 위기감도, 긴장감도 별로 보이지 않는다. 미국 백악관과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물론이고 나라 안팎의 많은 민간 연구소가 한목소리로 ‘에너지 위기’를 걱정하는데도 “유가는 연평균으로 봤을 때 예상했던 수준”이라는 한가로운 논평만 내놓는다.

정부 기업 할 것 없이 세계 경제 불안과 유가 100달러 시대에 대비하는 전략을 짜야 한다. 다각적인 해외 유전 개발, 산업과 생활부문의 에너지 효율 향상, 신(新)재생에너지 개발 등에 드라이브를 걸어야 한다. 우리 경제구조가 에너지 다(多)소비형 산업에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전환 중이라곤 하지만 갈 길이 너무 멀다. 국민도 에너지 절약을 생활화함으로써 위기 극복에 힘을 보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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