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최원목]힐러리 후보, FTA 오해가 많군요

  • 입력 2007년 10월 22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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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민주당의 유력 대선 후보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에게 이 글을 보냅니다. 당신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타결 직후에 의회비준을 반대하는 의견을 피력하더니 최근 이를 재차 확인했습니다. 그 이유로는 한미 FTA의 협상 결과가 미국 자동차 산업의 수출 이익 추구에 충족스럽지 않다는 것을 들었습니다. 대선 후보의 주요 선거자금 공급원인 자동차 업계의 의견을 대변하고 싶더라도 이것이 미국의 전체 국익을 책임질 유력 대선 후보가 취할 태도는 아니라고 봅니다.

더구나 전통적으로 관세를 비롯한 국경조치만을 다루는 FTA에서 이례적으로 국내조치인 한국의 자동차 세제 개편까지 논의한 끝에 배기량 기준 세제를 대폭 개선하는 데 성공한 마당에 말입니다. 아울러 향후 세제 개편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한국산 자동차에 대해 미국이 부여하기로 돼 있는 관세 철폐 혜택을 철회해 원상 복귀(snap back)시킬 수 있도록 규정한 것은 FTA 역사상 유례가 없는 미국 측의 전리품입니다.

또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의 혜택은 부유층에 돌아갔을 뿐 노동자는 일자리를 빼앗겼다는 논리로 한미 FTA 비준에 반대하는 것은 더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NAFTA를 통한 자유무역으로 미국 내에 커다란 국부와 수많은 일자리가 창출됐습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일부 피해 산업에서의 실업 문제는 산업구조조정 정책을 통해 미국 스스로가 해결해야 할 과제입니다. 개방과 구조조정의 선순환을 통해 세계 최대 경제대국으로 발전한 미국의 역사가 바로 이런 문제의 성공적 해결 과정을 잘 보여 줍니다.

그리고 추가 협상까지 벌여 미 측이 제시한 노동과 환경 분야의 국제기준 적용 및 일반 분쟁해결 절차 적용 주장을 한국은 여과 없이 그대로 수용했습니다. 이런 마당에 한미 FTA의 결과가 미흡하고 노동자의 이익에 배치된다는 당신의 주장은 미국 FTA 정책의 목표가 상대국의 국내 문제에까지 압력을 가하는 것임을 공언하는 것입니다. 미국이 경제 발전 과정에서 받은 혜택을 정면으로 부인하면서 말입니다.

한미 FTA의 성공적 비준은 양국의 미래는 물론 세계경제를 위해 넘어야 할 조그마한 산에 불과합니다. 전 세계가 FTA의 광풍에 휩싸여 있고 지역 단위의 배타적 경제 블록이 확산되는 현 시점에서 태평양을 넘어 통상대국 간에 체결되는 한미 FTA가 부여하는 의미는 큽니다. 미래의 지역주의 방향은 지역 간의 통합으로 확산되고, 궁극적으로는 모든 국가와 지역을 대상으로 한 자유무역체제 확산 과정이어야 합니다.

이러한 시대적 조류의 신호탄인 한미 FTA 하나 발효시키지 못하면서 어떻게 미국이 전 세계적인 교역 자유화의 필요성을 외칠 수 있겠습니까? 설령 한미 FTA 협상의 상대적인 이익이 한국 측으로 기울었다고 해도, 이미 서명한 한미 FTA 문안을 폐기시키려 하는 당신의 노력은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미국이 스스로 FTA에 따른 이익을 포기하고 한미 통상관계를 10년은 후퇴시키며 전 세계적인 교역 자유화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정치인은 항상 국내의 소수 이익집단의 시끄러운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속성이 있지만, 앞으로 지역 상원의원이 아닌 세계 최고의 경제 지도자 자리에 오를 당신에게 그에 걸맞은 결단을 기대해 봅니다.

최원목 이화여대 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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