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노영준]환경파괴가 부른 모기의 역습

  • 입력 2007년 10월 18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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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는 해충의 대명사인 모기의 씨를 효과적으로 말리겠다며 컴퓨터 지리정보시스템(GIS)에 기반을 둔 첨단 ‘서식지도’를 만들겠다고 한다. 서식지도는 보통 멸종위기에 처한 동식물을 보존하기 위해 만든다. 모기가 시민을 얼마나 괴롭히기에 시가 나서서 서식지도를 만들겠다는 것인가?

사람이 제일 혐오하는 해충은 단연 모기다. 사람들은 누구나 모기를 보는 순간 죽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모기는 치명적인 전염병의 매개체이면서 사람의 피를 빨아 먹고 사는 악질적인 해충으로 인식하기 때문일 것이다.

모기를 없애기 위해 다양한 종류의 퇴치제가 나왔다. 초음파를 이용한 모기퇴치기뿐만 아니라 모기향, 훈증기를 만들었다. 요즘은 식물성 천연 아로마 향의 허브 모기퇴치 제품이 출시되고 있다. 그래서 밤에는 수많은 모기가 수난을 당한다.

왜 모기는 목숨을 걸고 사람에게 막무가내로 달려들까? 거기에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오로지 산란을 위한 몸부림이다. 사람을 무는 모기는 암모기이다. 암모기는 오직 산란을 위해서만 흡혈을 한다. 산란기의 암모기는 영양분을 많이 필요로 하는데 사람의 피가 풍부한 영양을 제공한다. 사람 쪽에서 보면 모기는 단지 해충에 불과하지만 모기 쪽에서 보면 동물의 세계에서 그리 흔하지 않은 갸륵한 모성애(?)를 가진 곤충이라고 볼 수 있다.

모기가 ‘여름철 해충’이란 말은 오래된 얘기다. 가을이 깊어 가는 요즘은 물론 겨울철까지 모습을 드러내 이제는 ‘4계절 해충’으로 인식된다. 심지어 전방의 어느 산골 마을은 모기가 너무 극성을 부려 주민이 이사를 갈 정도다. 미국도 예외가 아니다. 모기가 옮기는 웨스트 나일 바이러스로 비상이 걸렸다. 한국도 더는 안전지대가 아니다.

모기가 기승을 부리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무엇보다 기후 변화에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 예년에 비해 올해는 여름이 일찍 찾아 왔고 9월 중에도 비가 내린 날이 예년에 비해 2배가량 많았다. 10월에 들어서도 비가 왔다. 숲의 풀이 무성하고 물웅덩이가 많이 생기니 모기에게는 최적의 서식 조건이 마련된 셈이다. 환경 파괴로 기후가 변하고 지구 온난화가 진행된 결과다.

북극의 여름 기온이 섭씨 22도까지 치솟을 정도로 지구 온난화는 심각한 상태다. 우리는 자연으로부터 많은 혜택을 받고 산다. 개발이라는 미명하에 계속해서 자연을 파괴한다면 어떤 재앙이 내릴지 알 수 없다. 생사를 초월한 모기들의 극단적인 산란 의지로 볼 때 인간에게 역습을 가해 인간의 오만을 무너뜨릴 수 있는 날이 올지 모른다.

노영준 재능대학 명예교수 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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