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임동주]기술 팔아먹기, 나라 피멍들기

  • 입력 2007년 10월 18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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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굴지의 철강회사 포스코의 핵심 기술이 중국의 경쟁사로 유출됐다고 한다. 검찰에 따르면 연구개발 직에서 20년간 일해 온 전직 간부 등이 50억 원을 받는 조건으로 자료를 유출했다. 빼돌린 기술은 10년간 450억 원을 투자해 개발한 것으로 포스코의 손실은 향후 5년간 2조8000억 원에 이른다고 한다.

자원 빈국인 우리나라는 신기술 개발만이 살 길이다. 공들여 개발한 기술을 외국 경쟁사에 팔아먹는 것은 기업을 죽이고 나라의 경제를 멍들게 하는 것이다. 자기 혼자만 살겠다고 욕심을 챙긴다면, 기업과 국민은 어떻게 되어도 상관없단 말인가. 문제는 조선이나 자동차 그리고 반도체 등에 있어서도 기술 유출이 자주 일어나고 있으며, 해를 거듭할수록 규모가 커진다는 데 있다.

신라시대 문무왕 때의 일이다. 당시 신라의 쇠뇌(기계식 화살)는 사거리가 1000보(600m)였다. 반면 당나라의 쇠뇌는 겨우 100보였다. 백제와 고구려를 멸망시킨 당나라는 신라마저 손아귀에 넣으려 했지만 신라 쇠뇌의 위력 때문에 주춤하고 있었다. 당 고종은 쇠뇌의 최고 기술자인 구진천(仇珍川)을 보내 달라고 문무왕에게 요구했다. 거듭된 압력으로 신라 조정은 구진천을 당에 보낼 수밖에 없었다.

당 고종은 구진천에게 쇠뇌를 만들게 했다. 그러나 시제품은 겨우 30보 정도만 나갔다. 당 고종은 구진천을 불러 그 이유를 물었다. 구진천은 당나라의 나무 재질이 해동(신라)과 다르기 때문이라고 핑계를 댔다. 당 고종은 신라에서 나무를 실어오게 했다. 그러나 신라 나무로 만들어도 쇠뇌는 60보만 나갈 뿐이었다. 당 고종은 화도 내고 달래도 보았지만 구진천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

결국 신라 쇠뇌의 기술을 습득하지 못한 당나라는 몇 년에 걸친 나당전쟁에서 승리할 수 없었고 신라는 나라의 자존을 지킬 수 있었다.

똑 같은 풀잎 이슬을 먹어도 소는 우유를 생산하지만 뱀은 독을 만들어 낸다. 공부를 잘한다거나 신기술을 개발했다고 해서 모두 훌륭한 것은 아니다. 동포와 나라를 생각하는 마음이 없다면 오히려 큰 해악이 될 수도 있다.

그들은 나라를 위해 몸 바친 구진천을 몰랐을 것이다. 이런 기술 유출을 막으려면 먼저 애국심을 불러일으키는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본다. 구진천과 같은 훌륭한 선조들의 이야기를 교과서에 넣어야 하며 대학과 직장에서도 인성교육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임동주 역사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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