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전교조와 7년 싸워 학습권 지킨 학부모들

  • 입력 2007년 10월 3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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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교사들이 학원비리 척결을 내세워 수업을 거부하고 교내 시위를 한 것은 학생의 학습권과 학부모의 교육권을 침해한 것이라는 대법원 확정판결이 나왔다. 수업 거부와 수업 방해 행위에 대한 배상판결도 내려졌다. 교육권을 불가침의 인권으로 보고 교사의 수업권보다 우위에 놓은 이번 판결을 환영한다. 전교조의 막대한 조직력, 자금력에 맞서 외롭게 투쟁해 온 서울 신정여상 학부모들의 집념과 노고도 높이 평가하고 싶다.

2001년 재단 비리에서 비롯된 신정여상 사태로 전교조 교사들은 23일간이나 수업을 거부하고 교내 시위를 벌였다. 심지어는 수업시간인데도 학생들을 서울시교육청 앞으로 내몰아 동조 시위를 벌이도록 했다. “수업시간만큼은 수업을 해 달라”는 학부모들의 당연한 요구는 묵살됐다. 참다못한 학부모들이 소송을 제기했고, 이후 7년간 끈질긴 투쟁이 이어졌다.

소송에 참가한 학부모 중에는 소송비용 마련을 위해 파출부로 일한 사람도 있고, 그사이 졸업하여 뿔뿔이 흩어진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서명을 받기 위해 전국을 헤매고 다닌 사람도 있다. 이미 거대한 ‘권력집단’이 된 전교조와의 싸움이 벅찼을 때도 많았을 것이다. 그 과정이 얼마나 힘들었으면 판결이 나온 날 학부모들의 일성(一聲)이 “이 땅에서 학부모로 산다는 것이 이렇게 힘든 과정인지 몰랐다”였겠는가.

학교의 주인은 학생과 세금, 등록금을 내는 학부모다. 어찌된 셈인지 우리나라에선 교육인적자원부와 교사들이 주인 행세를 하고 학부모는 약자(弱者)가 돼 마냥 눈치 보기에 바쁘다. 전교조는 이번 판결에 대해 “비리로 얼룩진 사학의 현실을 도외시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사학비리도 없어져야 하겠지만 신정여상 학부모들이 땀과 눈물로 지켜 낸 학습권과 교육권이 더는 훼손돼선 안 된다. 이번 판결은 교원평가제와 성과급 등에 반대하며 툭하면 연가투쟁을 일삼는 전교조에 대한 준엄한 경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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