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김성호 법무장관 재임 11개월에 있었던 일

  • 입력 2007년 8월 6일 23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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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호 법무부 장관의 ‘자진 사퇴’로 청와대로선 앓던 이가 저절로 빠졌다. 그의 재임 11개월은 작년 8월 30일 취임 직후부터 순탄치 않을 것임이 예고됐다. 청와대가 신문 인터뷰를 문제 삼아 그를 ‘구두 경고’했기 때문이다. 사실상 접촉이 금지돼 있던 비판 언론과 회견하면서 미운 털이 박힌 것이다.

그는 좌파적 경제정책 노선에 어긋나는 친(親)기업적 발언을 잇달아 쏟아내 번번이 청와대 386 참모들을 화나게 했다. 김 장관은 작년 12월 기자간담회에서 “과거 분식회계를 자진 시정하는 기업에 대해 최대한 관용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문을 열었다. 올해 1월 본보 인터뷰에선 “불법시위에 대한 무관용 원칙을 예외 없이 관철하겠다”고 경고했다. 1, 2월 경제단체 간담회에선 “목소리가 크면 이기고, 불법 파업을 하면 월급이 올라가는 잘못된 관행이 불식돼야 한다” “기업하기 좋은 법적 환경을 만들겠다”고 소신 발언을 계속했다. 모두 경제를 살리고 불법 폭력시위를 뿌리 뽑겠다는 의지를 보여 준 것으로 국민의 박수를 받을 만한 발언이었다.

6월 11일 그와 청와대의 ‘코드 갈등’은 최고조에 다다랐다. 국회 대(對)정부 질문에 “(선거관리위원회가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을 문제 삼은) 선거법 9조 ‘공무원의 선거중립 의무’ 규정이 위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노 대통령이 불과 사흘 전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위선적인 법”이라고 비난한 것과는 정반대의 해석을 한 것이다. 청와대에 “더는 안 되겠다”는 기류가 이 무렵 빠르게 형성됐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김 장관의 발언은 헌법재판소의 결정과 중앙선관위의 법률 해석과 일치하는 것으로 법무부 수장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말이었다.

지난달 12일 한나라당 이명박-박근혜 대선 캠프 간 맞고소사건에 대해 “고소를 취소하면 검찰이 수사하지 않는 게 맞다”고 말한 것도 청와대의 심기를 건드렸다고 한다. 청와대는 김 장관을 경질해 ‘의인(義人)’을 만들어 주느냐, 유임시켜 ‘치통(齒痛)’을 안고 가느냐 사이에서 진퇴양난이었던 듯하다. 김 장관 스스로 물러날 뜻을 밝히자 청와대는 어제 “압력은 없었다”고 잡아뗐다. 이 정권은 ‘코드’만 찾다가 민심 이반을 불러오고서도 여전히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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