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세상/오희목]‘바이오산업의 씨앗’ 생명자원

  • 입력 2007년 8월 6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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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토착 식물 중에 ‘스타아니스’라는 별 모양의 열매를 맺는 상록수가 있다. 이 열매는 중국 요리 특유의 향을 내는 대표적인 향신료로 사용된다. 이 식물이 바이오 기술에 의해 조류인플루엔자(AI) 치료제인 ‘타미플루’로 개발돼 제약사인 로슈에 지난해 21억 달러의 매출을 안겨 줬다.

전 세계적으로 시판되는 의약품의 60∼70%가 생물자원에서 나온다. 생물종의 분포와 서식지 등 생물다양성 정보도 신약 개발에 중요한 자료가 된다. 최근에는 생물의 유전자 서열과 단백질 구조 등 생명정보를 바탕으로 유전자 기반 신약이 개발되고 있다.

생물자원 생물다양성 생명정보를 모두 포함하는 광의의 생명자원은 의약품 생물농약 바이오에너지 생물정화 등 바이오산업의 핵심 인프라이다. 이들의 확보, 관리 및 활용이 매우 중요하다.

오늘날 바이오산업은 21세기 국가 경쟁력을 주도할 핵심 산업으로 부각되고 있다. 고부가가치 생명자원을 확보해 바이오산업의 국제 경쟁력을 증대시켜야 하는 중요성이 높아진다. 생명자원의 중요성을 인지한 선진국은 오래전부터 전 세계에서 생명자원을 확보해 다양한 신약과 신품종 개발을 주도했다.

선진국은 자원의 국가자산화(자원주권)를 강화해 국외반출 행위를 생물해적질(Biopiracy)로 규정한다. 하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생물자원센터 태스크포스(TFBRC), 세계생물다양성정보기구(GBIF), 무역관련지적재산권협정(TRIPs) 등 국제기구를 통해 생명자원정보를 공유하자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후진국이지만 자원 부국인 국가는 과거 자국의 자원을 가져간 선진국을 대상으로 자원의 원천성 공개 등을 통한 이익 공유를 주장하면서 자원 보호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도 1985년 한국생명공학연구원(옛 유전공학연구소)을 설립하면서 유전자은행(KCTC)을 설치해 생물자원의 확보 및 분양, 특허생물 수탁 등의 기능을 부여했다. 일부 분야의 능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예를 들어 신규 미생물자원을 보고하는 국제미생물분류학회지에 2006년 게재된 논문 515편 중에서 한국이 99편(19%)으로 세계 1위다.

또 특허자원을 안전하게 보존하기 위한 백업보존시설 구축(2006년), ISO9001 인증(2004년)에 따른 생물자원의 관리 방법 등은 다른 나라의 벤치마킹 대상이다. 그러나 확보한 생명자원의 규모나 종류를 생각하면 바이오 선진국으로 부르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다.

신약 개발을 포함해 바이오경제 시대에 주도권을 잡으려면 생명자원을 확보하고 관리하며 활용성을 높이기 위한 국가 차원의 마스터플랜을 수립해야 한다. 이 계획에 따라 생명자원의 발굴 확대, 자원은행의 종합적 관리체계 구축, 생명자원 관련 법 및 제도 정비작업을 추진해야 기초연구 및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하기 위한 응용연구가 활성화된다.

미국은 유전자은행(ATCC)을 통해 세계 최대 규모의 생물자원을 확보한 뒤 독점적 권한을 갖고 자원을 유상 분양한다. 일본은 1951년 일본자원은행협회(JFCC)를 결성해 생물자원의 효율적 관리체계를 구축하고 최근에는 생물자원센터(NBRC)를 중심으로 산업적 활용을 강화했다. 중국은 2006년 중국일반미생물보존센터(CGMCC)를 대규모로 신축해 60여 개의 단위기관이 발굴한 자원을 수집, 관리하기 시작했다.

생명자원 확보는 21세기 생명공학의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데 꼭 필요하다. 자원주권을 확보하고 점차 사라져 가는 생물종을 보존하기 위한 종합적인 정책을 마련하자.

오희목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생물자원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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