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홍찬식]외국인 주민 72만 명

  • 입력 2007년 8월 3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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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년 창립되어 국내 진보적 학술모임의 원조로 불렸던 ‘한국산업사회학회’가 최근 ‘비판사회학회’로 이름을 바꿨다. 학회 측이 밝힌 이유는 ‘경계 허물기’다. 한국 사회는 이 학회가 설립될 당시와는 비교가 되지 않게 다양해졌다. 달라진 사회를 분석하기 위해선 새로 틀을 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우리가 전환기에 살고 있음이 실감난다.

▷한국 사회를 ‘이중적 시민사회’로 규정한 어느 학자의 시각도 흥미롭다. 진보적이고 현실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는 시민단체 인사들이 정작 사생활에서는 가족이기주의와 연고주의에 매달리는 이중성을 보이는 게 상징적인 예다. 민주화가 성취된 이후 우리 사회에는 이처럼 보수와 진보, 전통과 근대, 집단과 개인 같은 상반된 가치들이 혼란스럽게 뒤엉켜 나타나고 있다. 젊은 세대의 반미 정서도 그렇다. 미국 얘기만 나오면 어디 꼬집을 게 없나 귀를 세우는 대학생들이 집에 가면 코카콜라를 마시며 ‘미드’(미국 TV드라마)에 매료된다.

▷사회현상을 연구하는 학자들도 당혹스럽지만 국민 역시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당연한 것으로 알고 살아왔던 이념과 가치를 뒤흔드는 변화는 또 있다. 길에서 혹은 집 근처에서 마주치는 외국인들이 급증하고 있는 점이다. 5월 말 기준으로 한국에 90일 이상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은 72만 명으로 1년 사이에 무려 35%나 늘었다.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외국인이 1만 명 이상 거주하는 곳이 지난해 8곳에서 16곳으로 배가 됐다. 전체 국민 대비 외국인 주민의 비율은 1.5%로 집계되어 우리보다 훨씬 개방적인 정서를 갖고 있는 일본과 어느새 똑같은 수치가 됐다.

▷한국은 민족주의 정서가 강한 나라다. 식민지 지배를 벗어나는 데, 경제발전을 이루는 데 민족주의가 큰 힘이 된 게 사실이다. 그러나 외국인에 대한 배타적 인식은 민족주의의 어두운 그림자다. 우리에게 민족주의의 재조정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세계화를 피할 수 없다면 민족주의도 연착륙으로 갈 수밖에 없다. 외국인들이 편히 살 수 있다면 국민에게도 좋은 나라가 아니겠는가.

홍찬식 논설위원 chansi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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