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치권, 인질사태 ‘가벼운 주문’ 자제해야

  • 입력 2007년 8월 1일 2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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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의 한국인 인질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정치권이 미국의 적극 개입을 주문하고 나섰다. 정세균 열린우리당 의장은 어제 “미국과 아프가니스탄 정부가 방관자가 되지 말고 선량한 민간인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성의를 보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진표 정책위의장도 민간인인 인질들의 희생을 고려할 때 ‘테러범과의 협상은 없다’는 미국의 원칙에 예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찬석 최고위원은 미국의 원칙 고수는 “동맹국에 대한 의리를 저버리는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비난하기까지 했다.

인질의 무사 귀환을 바라는 심정은 이해하지만 현명한 대응이라고 하기 어렵다. 미국에 테러집단과의 협상을 공개적으로 요구하는 것이 지금 상황에서 어떤 실익이 있을지를 따져 봐야 한다. 열린우리당 지도부는 인질 석방의 조건으로 제시된 탈레반 죄수 방면이 미국 때문에 수용되지 않고 있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하지만 테러집단의 요구를 들어주면 또 다른 납치를 유발하는 악순환이 계속된다는 미국 정부의 인식과 협상 불가 원칙을 탓하기 어렵다.

더욱이 잘못된 정보를 기초로 이런 식의 주장을 펴는 것은 상황을 악화시킬 뿐이다.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은 어제 “작년 1월 미국이 비타협 원칙의 예외를 인정해 미국의 여성 언론인과 수용소에 억류 중이던 이라크 여성 5인을 맞교환한 사실을 기억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인 프리랜서 기자 질 캐럴이 82일 만에 석방된 것을 두고 한 말이지만 사실과 거리가 멀다. 당시 이라크인 여성 수감자 석방이 캐럴의 석방에 도움이 됐다는 분석은 있었지만 인질과 테러범의 맞교환 사례로 보기에는 근거가 부족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미국을 잘못 끌어들이게 되면 반미(反美)감정만 부추길 수 있다. 그렇지 않아도 정신 나간 한 교수는 정면으로 미국 책임론을 제기하고 있다. 지금은 정부가 책임지고 사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맡겨 놓아야 한다. 이런 점에서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 등 5당 원내대표들이 미 정부와 유엔의 협력을 구하기 위해 조만간 방미(訪美)하기로 한 계획도 좀 더 신중히 재검토해 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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