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연설회는 한마디로 엉망이었다. 경선 레이스가 시작된 후 첫 합동연설회였던 만큼 많은 국민은 축제 같은 분위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이, 박 두 후보 지지자들이 연단 정중앙 맞은편의 ‘명당’ 자리를 서로 차지하려고 욕설과 발길질을 주고받으며 격렬한 몸싸움을 벌이는 바람에 ‘합동 추태 경연대회’가 되고 말았다. 플래카드와 피켓 등 과열을 부추길 수 있는 선거용 도구는 반입이 금지됐지만 양측은 보란 듯이 가지고 들어와 마구 흔들어 댔다.
이런 식의 연설회라면 차라리 안 하는 편이 나을 것이다. 그동안 양측이 벌여 온 신경전과 세(勢) 대결 행태에 비추어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기는 하지만 도(度)를 한참 넘어섰다. 양측 지지자들의 핏발 선 눈에는 적의(敵意)까지 번득였다. 이들이 과연 같은 이념과 정책 아래 하나가 되어 정권을 되찾겠다는 사람들인지 의심스러웠다. 이들 눈에 국민은 없는 듯했다.
이, 박 양측은 ‘경선 승리가 곧 본선 승리’라는 착각에 빠져 정권 교체라는 당의 대의(大義)를 망각하고 있는 듯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경선 후에는 서로 얼굴도 안 볼 사람들처럼 막무가내로 싸우지는 않을 것이다. 이래서야 경선에서 진 쪽이 이긴 쪽을 흔쾌히 도와주겠는가. 본선에서 범여권과 맞서서도 이처럼 모질게 싸울 수 있을지 궁금하다.
경선이나 본선이나 ‘절도(節度) 있는 경쟁’이라야 박수를 받을 수 있다. 규칙을 지키고 상대를 배려하는 자제와 절제는 민주주의와 성숙한 정치문화의 선결 조건이다. ‘지는 게 이기는 것’이란 옛말의 의미를 두 후보와 캠프 사람들이 지금이라도 새겨 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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