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6·25에 다시 생각하는 ‘報恩’

  • 입력 2007년 6월 24일 23시 18분


코멘트
오늘로 6·25전쟁 발발 57주년을 맞지만 6·25는 국민 사이에서 ‘잊혀진 전쟁’이 된 지 오래다. 초등학생 3명 중 1명은 ‘조선시대에 일어난 전쟁’으로 알고 있으며, 5명 중 1명은 ‘일본과 우리나라가 싸운 전쟁’으로 혼동하고 있다는 보도(월간중앙 7월호)가 있을 정도다. ‘6·25는 남침이 아니라 북침’이라고 우기는 어른들이 적지 않은 판이니 달리 무슨 말을 하겠는가.

그러나 잊을 것이 있고,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대한민국의 자유와 평화를 지키기 위해 숨져 간 젊은 영령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 땅의 젊은이들뿐 아니라 저 멀리, 미국 영국 호주 뉴질랜드 프랑스 캐나다 남아프리카공화국 터키 태국 그리스 네덜란드 콜롬비아 에티오피아 필리핀 벨기에 룩셈부르크에서 날아와 젊음을 꽃처럼 사른 그들의 희생이 없었다면 우리의 오늘도 없었을 것이다.

부산의 유엔묘지 추모비에는 바로 그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참전 16개국 전사자 및 실종자 4만895명의 이름이다. 세계에서 유일한 ‘유엔(국제연합) 기념묘지’에 세워진 이 추모비에 우리는 ‘님들의 이름을 사랑으로 새깁니다’라고 썼다. 우리는 과연 그들의 희생에 사랑으로 보답하고 있는가.

16개국 중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나라도 적지 않다. 6000명을 파병해 123명이 전사한 에티오피아는 지금 지구상에서 가장 극심한 빈곤국이다. 참전용사 중 생존자는 800여 명뿐이고, 그나마 최극빈층의 삶을 면치 못하고 있다. 80대 후반의 한 참전용사는 그제 KBS 뉴스를 통해 “자식 중 1명이라도 한국에서 돈을 벌게 해 줬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 참전용사 자녀들을 위해 초등학교를 짓는 등 뒤늦게 도움의 손길을 뻗치고 있지만 ‘생명의 은인’인 그들에게 보은(報恩)이라고 하기엔 너무 미약하다. 어디 에티오피아뿐이겠는가. 콜롬비아 필리핀 등도 마찬가지다. 우리의 대(對)개도국 공적개발원조(ODA) 수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위다. 부끄러운 일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부끄러운 것은 6·25 참전국과 참전용사들에 대한 보은조차 잊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이젠 은혜를 갚을 시간도 그리 많지 않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