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토머스 프리드먼]이스라엘 대학의 ‘히잡 여대생’

  • 입력 2007년 6월 19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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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일 전에 나는 예루살렘 헤브루대 박사학위 수여식에 참석했다. 사해와 모아브 산을 마주하는 스코퍼스 산 원형경기장에서 열린 학위수여식 참석자들의 얼굴은 낙조로 붉게 물들었다.

이 행사를 언급하기 전에 영국 대학 노조가 이스라엘 대학들의 팔레스타인 지역 점령 공모 의혹을 내세우며 학자들의 영국 내 행사 참석을 보이콧했다는 뉴스를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어쨌든 나는 헤브루대 박사학위 수여식을 지켜보았다. 모셰 나마니, 이리트 노위크, 유발 오피르…. 이스라엘 사람의 이름이 이어지다가 갑자기 아랍인의 이름이 나오기 시작했다. 누하 히자지, 리파트 아잠, 탈레브 모카리 같은 이름들이었다.

법학박사 학위를 받은 아잠은 ‘국제적 과세와 전자 상거래’를 주제로 논문을 썼다. 히자지는 생화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화학 박사인 모카리는 ‘반도체와 금속의 상호 작용’ 논문을 썼고 최우등 졸업의 영예를 안았다. 이들의 지도교수는 모두 이스라엘인이다.

이런 이스라엘계 아랍인 박사의 상당수는 여성이고 학위수여식에선 히잡을 썼다. 우스운 일이다. 이들이 헤브루대에선 히잡을 쓰지만 공공학교 히잡 착용 금지령이 내려진 프랑스에선 쓸 수 없다는 게 말이다.

이스라엘 명문 대학이 점령지역인 동예루살렘 학생은 물론이고 아랍 학생들에게 박사학위를 주는데 영국의 학교들이 이스라엘 대학을 보이콧한다는 게 얼마나 미친 짓인가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 얘기를 하는 이유는 이곳의 현실이 외부 방관자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도덕적으로 복잡함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나는 이스라엘이 중동지역을 상당 부분 차지한 1967년 이후의 정착촌 확대에 반대해 왔음을 분명히 밝힌다. 그들은 수십억 달러를 낭비했고 이스라엘군을 단순한 점령군으로 만들었다.

그러나 이스라엘 사람의 절대적 대다수가 이런 역사적 과오를 인식하고 있다. 이를 치유하기 위해 아리엘 샤론 전 총리가 가자지구 내 이스라엘 정착촌을 일방적으로 몰아냈고 에후드 올메르트 총리가 요르단 강 서안에서 같은 작업을 하고 있다. 이런 변화를 의도적으로 직시하지 않겠다면 이스라엘을 방문할 때 장님, 귀머거리, 벙어리가 돼야 할 정도다. 현재 일어나는 일이 이스라엘 혼자만의 잘못이 아니라는 사실도 알아야 한다.

징벌적인 보이콧을 하기 위해 이스라엘 대학만을 제외시키는 것은 반유대적인 것이다. 시리아는 라피크 하리리 전 레바논 총리를 살해한 혐의로 유엔의 조사를 받고, 시리아의 정보 요원들은 레바논 언론인 살해 혐의를 받는다. 그런데도 시리아 대학에 대한 보이콧 촉구 움직임은 찾아볼 수 없다. 왜 그런가. 또 다르푸르 학살과 관련 있는 수단에는 보이콧을 하지 않는가. 도대체 왜.

이번 보이콧을 주도하는 극좌파 학계가 진정 팔레스타인인들을 위한다면 이들은 모든 영국 대학들이 팔레스타인 학생 20명에게 전액 장학금을 지급하고 이들을 받아들이도록 촉구해야 할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팔레스타인인들이 근대국가와 경제를 구축하는 데 가장 필요하다. 또 영국 대학 교수들이 팔레스타인 대학에 가서 강의 수준을 높여야만 팔레스타인 대학들은 이스라엘 대학은 물론이고 아랍 대학들을 넘어설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게 진정으로 팔레스타인인들을 위하는 일이다. 중동에서의 ‘광기’는 아랑곳하지 않고 단지 이스라엘 대학만 보이콧 하는 것은 반유대주의자들이 하는 짓과 다를 바 없다.

토머스 프리드먼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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