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25시]축구 ‘심판 로비’ 뿌리 뽑으려면

  • 입력 2007년 6월 15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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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초중고교의 축구팀들은 전국대회에 출전할 때 학부모에게서 ‘심판비’를 걷었다. 물론 대회 심판들에게 “잘 봐달라”며 줄 돈이었다. 최근 이런 현상이 줄어들고는 있지만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들조차 “아직 완전히 없어지진 않았다”고 말한다.

한국축구지도자협의회가 최근 지도자와 팀 관계자 335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78명인 23.2%가 ‘심판에게 로비를 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특히 초중고교 아마추어 팀들의 심판 로비는 심각할 정도다. 상급학교 진학을 위해 어떡하든 이겨야 한다는 생각에 전방위 로비가 펼쳐진다. ‘승리=진학’이란 신념으로 은밀하게 심판에게 돈을 건네는 것은 물론 지연, 학연 등을 내세워 접대를 하기도 한다. ‘자식의 미래를 위해서’ 학부모들도 이런 로비에 적극적이다. 축구협회가 심판 교육을 강화하고 로비 사례가 적발될 경우 중징계를 내리고 있지만 여전히 심판 로비가 계속되고 있는 이유다.

축구 선진국의 경우 우리와는 상황이 다르다. 선진국에서는 축구가 진학을 위한 수단이 아니다. 유망한 선수는 18세에 프로팀과 정식으로 계약해 축구에 전념한다. 그 전까진 공부와 축구를 병행한다. 당연히 유소년 축구에 심판 로비는 없다.

학창시절부터 축구에만 매달릴 게 아니라 공부를 병행하면 진로 선택의 폭이 그만큼 넓어진다. 축구에만 목을 매지 않아도 돼 지도자들도 심판에게 로비할 이유가 사라질 것이다.

그런 날이 오려면 축구협회는 축구와 공부를 병행할 수 있는 초중고교와 대학의 연계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수업 손실이 많은 전국대회를 없애고 주말 리그제를 전면 도입해야 한다. 대학은 팀 성적보다는 개인의 축구와 학업 능력을 함께 고려해서 뽑으면 성적 지상주의는 발을 붙이지 못할 것이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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