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의 농군패션]양말이 올라가면…타율도 올라간다?

  • 입력 2007년 5월 26일 03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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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대연 기자
원대연 기자
제 이름은 ‘농군 패션’입니다.

‘농군 패션’은 야구에서 스타킹을 유니폼 바깥으로 내 무릎까지 당겨 신는 것을 의미하지요. 미국에선 저를 ‘하이 톱(High Top)’이라고 부른답니다.

저는 요즘 ‘제2의 전성기’를 맞은 느낌입니다. 많은 스타 선수가 너도나도 저를 애용하고 있거든요. 프로야구가 인기 있는 한국, 미국, 일본에서 가장 많은 연봉을 받는 선수들이 저의 고객입니다.

[who]한미일 최고연봉 모두 애용

7억5000만 원을 받는 삼성 심정수는 예전부터 종종 저를 이용해 왔고요. 10년간 2억5200만 달러를 받는 뉴욕 양키스의 알렉스 로드리게스는 올해 저의 고객이 된 뒤 홈런(18개)과 타점 1위(43개)를 달리고 있어요. 일본 최고 연봉 선수는 6억5000만 엔을 받는 요미우리의 이승엽이지요. 이승엽도 일본에 온 뒤 저와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답니다.

사실 저는 스타킹을 안에 넣고 바지를 길게 입는 ‘롱 다리 패션’에 비하면 볼품이 없는 편입니다. 그렇게 입으면 다리도 길어 보이고 스타일도 살거든요. 반면 저를 이용하면 다리가 짧아 보입니다. “모 심다가 나왔느냐”고 놀리는 사람도 있어요.

야구 초창기에는 모든 선수가 저의 고객이었어요. 누구나 스타킹을 밖으로 신었기 때문에 새삼스러울 것도 없었지요. 그러다 점점 선수들이 멋을 추구하면서 외면받게 되었죠. 현대 야구에서는 새로운 마음가짐이나 각오를 보여 줄 때 선수들이 종종 저를 이용한답니다.

[when]각오 다질 때의 새로운 패션

구단이 운영난에 빠진 현대 이숭용은 입단 후 14년 만에 처음으로 저와 인연을 맺었습니다. 어려운 때 주장으로서 후배들에게 무언의 메시지를 던진 거죠. 우연인지 필연인지 이숭용은 초반부터 타율과 최다 안타 부문 1위를 달리며 승승장구하고 있습니다.

두산 포수 홍성흔도 그러더군요. 저를 이용하면 “왠지 전투적인 느낌이 확∼든다”고요. 홈런 1위를 달리는 한화 김태균도 “마음가짐을 새롭게 하려고 농군 패션을 한다”고 합니다.

유니폼 바지를 길게 입던 선수가 어느 날 저를 찾으면 ‘아, 오늘은 각오를 새롭게 했구나’ 하고 보시면 될 겁니다.

그것 말고도 저의 효용성은 많답니다. 대다수의 선수들이 저를 이용하면서 “정말 편하다” “날쌔게 보인다”는 말을 합니다.

LG 포수 조인성은 “롱 다리 패션은 긴 바지, 농군 패션은 반바지로 생각하면 된다”고 말합니다. 한화 김민재도 “날이 더운 여름에는 농군 패션이 훨씬 시원하다”고 합니다.

[why]하체 돋보여 투수에게 위압감

10년 연속 3할 타율에 도전하는 KIA 장성호에게도 저는 필수입니다. 장성호는 ‘외다리 타법’을 쓰는데요. 저를 이용해야 타격 시 오른 다리가 팍팍 올라간다고 합니다.

요미우리 이승엽은 “하체가 우람해 보여 상대 투수들에게 위압을 준다”며 심리적인 이유를 대더군요.

현대 송지만은 솔직했습니다. 그는 “난 원래 하체가 짧은 편이다. 스타킹을 넣어 입어 봐야 길게 보이지도 않는다”고 하더군요.

누구나 저를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두산 안경현은 “종아리가 두껍고 하체도 튼실해야 폼이 난다. 나 같은 사람은 하고 싶어도 못 한다”고 말합니다.

투박해 보여도 저도 나름대로 멋이 있습니다. 오늘은 또 누가 저의 고객으로 등록될까요.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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