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일본이 F-22 스텔스 전투기 100대를 갖는 날

  • 입력 2007년 4월 26일 23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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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가 물밑에서만 논의되던 차세대 F-22 스텔스 전투기의 대일(對日) 판매 문제에 처음으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데니스 월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동아시아 담당 보좌관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첫 워싱턴 방문(26일)을 앞두고 “차세대 전투기들을 일본에 공급하는 논의를 환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중국이 공군 현대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고, 일본은 북한의 미사일 및 핵 개발에 위협을 느끼고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꿈의 전투기’라고 불리는 F-22의 위력은 가공할 정도다. 최고의 전투기로 불리는 F-15, F-16, F-18도 F-22에 비하면 ‘어린아이’ 수준이다. 이들 세 기종과의 모의 공중전에서 F-22는 144대 0의 완승을 기록했다. 백악관은 판매량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으나 워싱턴타임스는 “2010년까지 100대의 F-22를 보유하는 게 일본의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일본이 그 정도 규모의 F-22를 갖게 되면 항공자위대의 전력 증강 차원을 넘어 동북아의 군사지형에 중대한 변화가 불가피해진다. 중국 언론은 즉각 “대만해협의 20년 군사균형이 깨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중국은 이미 미국의 F-22에 대항하기 위해 젠-13, 젠-14라는 이름의 첨단 전투기 개발에 착수했다. 2015년 실전배치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일본이 F-22를 보유하게 되면 그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이다. 대만도 가만히 있을 리 없다. 동북아가 심각한 군비경쟁 속으로 빠져들 가능성이 매우 높다.

미국이 이를 충분히 예상하면서도 F-22의 대일 판매를 허용하려는 것은 그만큼 중국의 ‘불투명한 군비증강’에 대한 불신이 깊다는 뜻이고, 미일동맹을 축으로 동아시아 안보질서를 관리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미중관계가 협력보다 상호 견제로 흐르면 그 사이에 낀 우리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서라도 어떻게든 미중관계가 악화되지 않아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한다. 한미동맹의 기반을 튼튼히 하면서 주변 4강이 다자안보체제 구축에 힘을 모으도록 설득하는 일도 그중 하나일 것이다. 6자회담 성공을 통한 북핵 폐기가 그 첫 단추임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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