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나라당의 舊態와 분열을 응징한 ‘4·25 민심’

  • 입력 2007년 4월 26일 03시 00분


코멘트
어제 전국 55개 선거구에서 실시된 국회의원·기초자치단체장·지방의원 재·보궐선거에서 국회 제1당 한나라당이 참패했다. 기초자치단체장 선거구 6곳 가운데 5곳에서 무소속 후보가 당선된 것은 표심(票心)을 얕본 한나라당의 잘못된 공천이 결정적 요인이다. 서울 양천구청장, 경북 봉화군수, 경기 양평·가평군수 등의 후보 공천과 관련이 있는 원희룡 의원, 강재섭 당대표, 정병국 의원 등은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이들 지역은 한나라당의 ‘텃밭’ 같은 곳이지만 민심은 오만한 정치인들의 방자한 공천 행태를 응징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50% 안팎의 지지를 받아 온 한나라당이 참패했다는 사실은 12월 대선(大選) 필승론도 거품처럼 꺼질 수 있음을 암시한다. 유력 대선주자인 이명박, 박근혜 씨의 합계지지율은 무려 70%에 이르지만 이들은 이번 재·보선에서 어떤 위력도 발휘하지 못했다. 이들이 당보다는 대선 기반 다지기라는 자신의 이익을 추구했기 때문이다. 서로 손을 들어주며 열심히 합동유세를 했더라면 결과가 조금은 나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두 사람은 서로 등을 돌리고 신경전을 벌였다. 이들의 옹졸한 모습에서 ‘큰 정치의 리더십’을 발견할 수 없었던 유권자들의 실망이 이번 재·보선의 표심으로 나타났다고 볼 수 있다. 합동유세를 끝까지 거부한 쪽의 책임이 특히 크다.

한나라당이 이번 선거 과정에서 보인 구태에다 분열상을 대선 과정에서도 드러낸다면 대선 3연패(連敗)도 각오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범(汎)여권의 통합으로 반(反)한나라당 전선이 형성될 경우 대선 판도는 지금과 전혀 달라질 수 있다. 강재섭 대표는 어제 “새 출발을 위해 당 진용을 새로 짜겠다”고 했지만 말만으로는 안 된다. 두 대선주자부터 어리석은 반목을 청산해야 한다.

전남 무안-신안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아들 홍업 씨, 대전 서을에서 심대평 전 충남지사가 당선된 것은 우리 정치의 지역주의 또는 지역맹주 추종심리가 여전함을 보여 줬다. 재·보선 선거구의 3분의 2 이상에서 후보조차 못 낸 열린우리당은 민심을 배반한 정당의 말로를 거듭 확인시켰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