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여론조사에서 50% 안팎의 지지를 받아 온 한나라당이 참패했다는 사실은 12월 대선(大選) 필승론도 거품처럼 꺼질 수 있음을 암시한다. 유력 대선주자인 이명박, 박근혜 씨의 합계지지율은 무려 70%에 이르지만 이들은 이번 재·보선에서 어떤 위력도 발휘하지 못했다. 이들이 당보다는 대선 기반 다지기라는 자신의 이익을 추구했기 때문이다. 서로 손을 들어주며 열심히 합동유세를 했더라면 결과가 조금은 나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두 사람은 서로 등을 돌리고 신경전을 벌였다. 이들의 옹졸한 모습에서 ‘큰 정치의 리더십’을 발견할 수 없었던 유권자들의 실망이 이번 재·보선의 표심으로 나타났다고 볼 수 있다. 합동유세를 끝까지 거부한 쪽의 책임이 특히 크다.
한나라당이 이번 선거 과정에서 보인 구태에다 분열상을 대선 과정에서도 드러낸다면 대선 3연패(連敗)도 각오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범(汎)여권의 통합으로 반(反)한나라당 전선이 형성될 경우 대선 판도는 지금과 전혀 달라질 수 있다. 강재섭 대표는 어제 “새 출발을 위해 당 진용을 새로 짜겠다”고 했지만 말만으로는 안 된다. 두 대선주자부터 어리석은 반목을 청산해야 한다.
전남 무안-신안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아들 홍업 씨, 대전 서을에서 심대평 전 충남지사가 당선된 것은 우리 정치의 지역주의 또는 지역맹주 추종심리가 여전함을 보여 줬다. 재·보선 선거구의 3분의 2 이상에서 후보조차 못 낸 열린우리당은 민심을 배반한 정당의 말로를 거듭 확인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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