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50기 국수전…두터움을 보는 눈

  • 입력 2007년 4월 19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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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상변에서 새로운 형태가 등장하면서 아연 전운이 감돈다. 흑 45의 절단에 백 46은 17분을 생각한 수. 김승준 9단은 백 46, 48로 키워 죽인 것은 일단 손해라고 한다. 하지만 윤준상 4단의 저울질은 달랐다. “처음엔 참고1도 백 1로 그냥 치고나오는 수를 생각했다. 실전과 참고1도는 선후수의 차이가 있을 뿐 어떻게 두어도 백이 두텁다고 봤다.” 실전은 백 56까지 미는 것이 선수여서 58을 차지했다.

이에 비해 참고1도는 백이 후수. 백 50으로 참고2도처럼 싸우는 것은 욕심이다. 흑 8까지 선수하고 10으로 꼬부려나가면 백이 곤란하다.

“이게 낫나요? 나아보이지 않는데요. 제가 보기엔….” 안조영 9단의 말처럼 처음엔 다들 백 58까지의 처리에 고개를 갸우뚱하는 분위기였는데 나중에 드러난 결과는 두터웠다. 두터움의 위력은 당장 나타나지 않는다. 프랑스식 개구리 요리법과 같다. 변온동물인 개구리가 서서히 달궈지는 물에 체온을 맞추며 견디다가 통째 삶아지고 마는 것처럼 두터움의 팔진법에 걸리면 그 꼴이 난다. 도전자의 두터움을 헤아리는 눈이 여간 아니다. 이 바둑의 승부를 가른 것도 두터움이었다.

해설=김승준 9단·글=정용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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