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FTA 지원, 또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안 된다

  • 입력 2007년 4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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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타결 직후 내놓은 국내 보완 대책은 직접 현금을 나누어 주는 방식 위주다. 내용이 새로울 게 없는 데다 피해가 큰 부문에 ‘지원을 늘려 주겠다’는 식의 ‘세금 배달원’ 역할에 머물러 있다.

우리 경제를 이끌어 온 정보기술(IT)산업이 2년째 성장 둔화와 실적 악화에 시달리고 있다.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야 하는 근본적인 숙제를 앞에 놓고 FTA에 대한 기대가 더욱 커졌다. 이런 상황인 만큼 정부의 FTA 보완대책은 경제 패러다임 변화와 사회 시스템 개편을 유도하는 내용이라야 한다.

그런데 막상 발표된 FTA 지원 대책은 농업과 수산업의 피해를 직접 보전해 주는 직불금(直拂金)이나 구조조정을 위한 폐업지원금을 지원하는 내용이 거의 전부다. 관련 부처들이 오래전부터 해 오던 것들을 재탕삼탕하고 있다. 그래서 “패자 부활전을 위한 육성책이 아니라 장례비용 지원”이라는 혹평까지 나온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농업에 119조 원을 투·융자하는 사업을 2004년에 만들었는데 지원이 충분치 않을 경우 증액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농민의 반발을 막기 위해 세금을 뿌리는 방식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나 다름없다. 구조조정 효과를 내지 못하거나 농가 부채만 늘려 놓는 지원 방식을 되풀이해선 안 된다.

품목별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농어업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강화하는 전략이라야만 농어촌을 살릴 수 있다. 축산도 미국산 쇠고기와 가격 경쟁을 벌이기는 현실적으로 어렵지만 고품질 국내 한우 쇠고기로 승부한다면 대량 사육하는 미국산과 경쟁할 수 있을 것이다. 규모를 키우고 고부가가치로 승부한다면 농업 분야에도 희망이 있다. 정부의 지원 대책은 바로 농업 경쟁력 배양에 집중돼야 한다.

FTA가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도 어려움을 겪게 될 부문이나 소외계층에 대한 배려는 반드시 필요하다. 그렇더라도 현금 갈라 주기가 아니라 구조조정을 담보하는 지원으로 이들이 스스로 일어서게 해야 한다.

한미 FTA는 성장동력을 회복하고 구조조정을 촉진해 경제 체질을 강화할 수 있는 발판이다. 창의, 경쟁, 효율을 중시하는 FTA 보완 대책이 나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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