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기현]공직자 재산, DB 빼고 공개한 까닭은

  • 입력 2007년 4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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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공개된 공직자들의 평균 재산은 얼마입니까?”

“현재 시스템으로는 계산할 방법이 없습니다.”

고위 공직자 재산공개 관련 브리핑이 있었던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행정자치부는 행정부 고위 공직자 625명의 재산변동사항 공개목록이라며 백과사전처럼 두꺼운 831쪽짜리 책자와 보도자료를 나눠줬다.

공직자 개인별로 재산 규모와 종류 변동액 변동사유 등이 나와 있는 방대한 자료를 받아든 기자들은 난감했다. 데이터베이스를 같이 주지 않아 언론사나 시민단체가 이날 나온 기초 자료를 근거로 분석을 하려면 책자의 데이터를 하나하나 계산프로그램에 입력하거나 계산기를 두드려야 하기 때문이다.

브리핑에서 행자부 관계자는 “프로그램 자체가 재산변동 분석 위주로 짜여 있기 때문에 공직자의 재산총액이나 평균값은 계산할 수 없다”는 이해하기 힘든 설명을 했다.

이날 함께 자료를 낸 국회와 사법부의 분위기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의원 293명의 자료를 낸 국회사무처는 아예 재산 상위 의원 명단도 밝히지 않았다. 사무처 관계자는 “그런 것을 내면 의원들의 항의를 받는다”고 털어놓았다. 고위 법관 134명의 재산변동사항을 공개한 법원 역시 약간의 분석을 덧붙인 보도 자료는 냈지만 데이터베이스는 주지 않았다.

이날 오전 같은 내용을 PDF 파일에 담아 인터넷에 올린 전자관보는 이미지 파일로 돼 엑셀 등 계산프로그램으로 전환할 수 없게 돼 있었다.

지난해 행자부는 재산총액과 증감 명세를 일목요연하게 처리할 수 있는 공직윤리종합정보시스템을 구축했다며 자랑했다. 그런 훌륭한 시스템을 두고 왜 기본 계산조차 어렵게 정보를 공개했을까.

이날 발표 자료에 대해 한 민간 전산전문가는 “데이터베이스 형태로 수집한 자료를 아날로그 방식으로 공개한 것은 상세한 분석을 어렵게 하기 위한 의도로밖에 이해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인쇄물로 제공된 정보를 입력하고 분석하는 번거로움이 문제가 아니다. 국민 누구나 쉽게 접근해서 원하는 궁금증을 풀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정보 공개의 기본 취지조차 인식하지 못하는 일부 공직자의 태도가 안타까울 뿐이다.

김기현 사회부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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