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경쟁력 위해 자율 달라’는 서울대 요구 옳다

  • 입력 2007년 3월 21일 23시 04분


코멘트
서울대 장기발전계획위원회(발전위)가 본고사 기여입학제 고교등급제를 금지하는 교육 당국의 ‘3불(不)정책’에 대해 ‘암적(癌的) 존재’라는 표현까지 쓰며 강도 높게 비판하고 나섰다. 최근 ‘한국의 3불정책은 대학의 독립성을 명백히 제한하는 규제’라고 지적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공동보조를 취한 것이다.

발전위는 위원 전원의 일치된 의견임을 강조하면서 3불정책을 완전히 배제한 새 입시제도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대학에 학생 선발의 자율권을 되돌려 달라는 단호한 요구이다. 김신일 교육부총리는 최근 “3불정책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분야에서 대학을 자율화하겠다”고 했지만 대학 규제의 정점에 있는 3불정책을 빼놓은 자율화 논의는 무의미하다.

발전위가 마련한 장기계획안에 교수연봉제와 교수퇴출제 도입 방안이 같이 들어 있는 것은 주목할 만하다. ‘서울대의 세계 10대 대학 진입’을 목표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교수들도 동참할 터이니 정부도 이젠 대학을 풀어 달라는 뜻으로 요약된다. 정부는 대학이 3불정책 폐지라는 말도 못 꺼내게 무조건 손사래 칠 일이 아니다. 선진국의 국가적 관심사는 대학경쟁력 강화다. 지금부터라도 여기에 교육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

3불정책이 얼마나 교육평등과 사교육비 완화에 기여했는지 냉철하게 따져 보아야 한다. 현 정부는 3불정책을 신줏단지 모시듯 떠받들면서 평등주의 요소를 앞세운 2008학년도 입시 제도를 만들어 올해부터 시행한다. 하지만 연간 사교육비 규모는 2003년 13조 원에서 지난해 20조 원(추정치)으로 53%나 급증했다. 부모 경제력에 의해 명문대 입학이 좌우되는 현실은 현 정부 들어 더 심해졌다.

서울대의 지적대로 발상을 바꿔야 한다. 정부의 입시 간섭은 규제를 뚫기 위한 또 다른 사교육 수요를 부를 뿐이다. 역대 정권이 입시 제도를 바꿨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내신 수능시험 논술을 동시에 요구해 사교육비를 증가시킨 새 입시제도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정책 실패의 책임을 애꿎은 특목고에 떠넘기는 일을 그만두고 대학에 자율권을 주어 교육 문제를 풀어 나가야 한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