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이재웅]‘모기지 쇼크’ 남의 나라 얘기 아니다

  • 입력 2007년 3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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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경제학자 찰스 킨들버거는 저서 ‘금융위기의 역사-열광, 공포, 그리고 붕괴’에서 “금융위기에는 몇 가지 공통적인 연관성이 있다”고 기술했다.

모든 금융위기는 광란의 자산매입 붐에 이은 거품의 생성과 꺼짐, 그리고 공황상태로 이어진다. 1930년대 대공황에서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에 이르기까지 동일한 패턴을 보였다.

주택담보 대출 217조… 가계 부담

금융위기는 금융시장이 호황일 때 싹튼다. 최근 세계경제에 불안을 안겨 주고 있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위기도 마찬가지다. 2001년 이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금리를 6.5%에서 1%로 대폭 인하하면서 광란의 자산매입 붐이 시작됐다. 저금리에 따라 대출이 급속히 증가했고 이는 주식과 부동산 가치를 크게 높였다. 주택시장 붐이 주택담보대출 수요를 크게 늘리면서 집값은 더욱 폭등했다.

이런 거품이 오래 지속될 수는 없다. 광란의 주택경기가 꺼지면서 작년 말 이후 일부 비우량 주택금융기관이 위기를 맞았다. 이에 앞서 인플레이션을 우려한 FRB도 금리를 계속 올렸다. 금융기관의 대출기준은 강화되고 주택부문으로 유입되는 대출자금이 줄면서 유동성 위기가 나타났다.

1997년 외환위기, 2002년 신용카드 위기도 무분별한 대출 증가가 배경이었다. 그 후에 들어선 참여정부도 경기부양을 위해 저금리정책을 고수했고 그 결과 과잉유동성이 부동산 투기를 조장했다. 부동산 투기는 주택담보대출을 확대해 가계 부채를 늘렸다. 특히 서민금융기관이 과다하게 취급한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부실 우려가 크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은행권의 주택담보 대출은 217조 원에 이른다. 그중 51조 원은 올해 만기를 맞는다. 이런 상황에서 대출금리가 계속 상승하면서 가계의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여러 가지 장치로 주택담보대출을 철저히 관리하기 때문에 금융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한국 경제의 대내외 여건은 매우 불안하다. 미국 경기가 부진하고 중국 역시 긴축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올해 1월 한국 경상수지의 적자 반전은 이런 여건을 반영한다. 게다가 그동안 주택시장으로 유입되던 엔 캐리 트레이드(저금리의 엔화 자금을 차입해서 고수익 고위험 자산에 투자하는 것)의 청산이 시작되면 주택시장뿐 아니라 경제 전반에 유동성 위기가 닥칠 수 있다.

이럴 경우 가장 타격을 받는 것이 서민 주택담보대출이다. 몇 년 전의 신용카드 위기와 마찬가지로 금융채무불이행자(신용불량자)가 양산되고 서민의 주택구입은 더욱 어렵게 될 것이다.

정부의 과격한 부동산투기 억제 조치도 부동산시장의 수급불균형을 악화시켜 집값 폭락을 초래할 위험이 크다. 참여정부는 4년여 동안 스스로 투기에 불을 지르는 한편으로 부동산 투기를 잡겠다며 온갖 상충되는 대책을 쏟아 냈다. 정부는 주로 수요 억제에 부동산 대책의 초점을 맞췄는데, 이제는 양도세 종합부동산세 등을 대폭 올려 ‘세금폭탄’으로도 시장을 공격하고 있다. 그뿐 아니라 분양원가 공개, 분양가 상한제 등으로 시장을 아예 파괴하려 한다.

가격폭락 불안심리 이미 패닉상태

집값은 시장에서 결정되는 것인데 원가공개나 가격상한제는 무엇 때문에 필요하다는 것일까. 그런 정책으로 강남불패 신화가 꺾이고 부동산 가격이 대폭 하락하면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대성공을 거두는 것일까.

이미 부동산시장은 냉각될 대로 냉각됐고, 가격 폭락을 우려하는 불안심리는 패닉 상태에 이르렀다. 한국 가구 총자산의 77%는 부동산에 집중돼 있다. 부동산 가격이 폭락한다면 그 파장은 실로 참담할 것이다. 우려하던 가계발 금융위기가 실현되면 가계 부문은 폐허가 될 수도 있다.

이재웅 성균관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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