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 카페]백화점 ‘아트마케팅’, ‘뒤로 남는 장사’

  • 입력 2007년 3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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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이야, 미술관이야?”

요즘 서울 시내 유명 백화점을 찾는 고객들이 자주 하는 말입니다. 백화점 곳곳에 유명 예술가의 그림과 조각 작품들이 설치돼 있기 때문이죠.

신세계백화점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신세계는 지난달 28일 개관한 본관 곳곳에 국내외 작가들의 그림이나 사진 200여 점을 걸어 놓았어요. 신세계 측은 이들 작품의 구입을 위해 350억 원가량을 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롯데백화점도 현재 명품관 에비뉴엘에서 세계적인 유명 예술가들의 회화, 조각, 사진 등을 보여주는 ‘아트 전시회’를 열고 있습니다. 이달 22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회에는 모빌 조각의 창시자인 알렉산더 칼더의 50억 원 상당의 작품 등 국내에서 보기 힘든 걸작들이 나와 있지요.

현대백화점도 현재 본점 ‘갤러리 H’에서 팝아트 선구자인 앤디 워홀의 ‘서거 20주기 회고전’을 갖고 있습니다. 이달 18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회에는 ‘메릴린 먼로’ ‘블루 재키’ 등 가격이 2억5000만∼64억 원에 이르는 작품 17점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현대 측은 작품들이 워낙 고가(高價)이기 때문에 매장 문을 닫은 후에도 특별 경호원 2명을 배치해 밤샘 경비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백화점들이 비싼 예술 작품을 구입하거나 임차하는 데 많게는 수백억 원씩 투자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입장료 수입을 올리는 것도 아닌데….

유통업계에서는 그 답을 예술 작품을 매개로 고객을 끄는 ‘예술 마케팅’에서 찾고 있습니다. 유명 예술 작품을 갖다 놓으면 이를 보려고 찾아온 고객이 늘어나 매출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죠. 또 고객들에게 고급 매장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는 부수적 효과도 있습니다. 여기에다 백화점이 예술 작품 구입 및 임차에 들어간 비용을 ‘알게 모르게’ 판매가격에 전가시키는 만큼 백화점으로서는 결코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니라는 분석도 있지요.

소비자들로서는 이런 ‘숨어 있는’ 의도에 넘어가 충동구매를 하기보다는 합리적인 구매를 하는 ‘지혜’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송진흡 기자 jinh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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