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30으로 꾹 참은 이유다. 국수가 흑 31로 자세를 잡자 백 32로 한 번 더 참는다. 느리고 두텁다. 유장하게 흐르는 강물의 한 굽이를 보는 것 같다. 큰 곳을 성큼성큼 가지 않고 초반에 2선이나 막고 앉아 있는 백 32에 고개를 갸웃거리는 분들이 계실지 모르나, 이곳은 흑의 근거를 없애는 급소다. 상대가 여기를 밀고 들어왔을 때를 생각하면 그 가치가 단박에 드러난다.
이 대목에서 국수가 다시 생각에 잠긴다. 방향은 상변의 벌림인데 적정선이 어디인가. 흑은 지금 좌상변에 미생마를 안고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한 칸 더 다가서느냐 덜 다가서느냐에 따라 판의 유속(流速)이 달라진다. 10분 만에 흑 33으로 전개했다. 백 34에 걸친 뒤 흑 35의 협공부터 45까지는 일사천리의 코스다.
해설=김승준 9단·글=정용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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