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선 주자들이 들어야 할 리콴유의 꿈

  • 입력 2007년 2월 26일 2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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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의 국부인 리콴유 전 총리가 싱가포르를 10∼20년 뒤 세계 최선진국 대열에 진입시키겠다는 청사진을 내놓았다. 그는 신년 하례식 만찬사에서 “‘제1세계 최상층부’로 끌어올리기 위해 향후 5년간 성장에 집중하고 최고 선진국들의 인재와 자금을 유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가 재(再)도약에 대한 83세 노(老)지도자의 꿈과 집념이 놀랍다.

그는 1959년 총리 취임 당시 1인당 소득 400달러에 부패와 폭력시위가 판치던 ‘절망의 땅’을 소득 3만 달러가 넘는 강소국(强小國)으로 바꿔 놓았다. 지도자의 철학과 의지가 나라의 운명을 바꿀 수 있음을 보여 주는 단적인 예다. 그는 1990년 총리 직을 떠난 뒤에도 선임장관과 고문장관을 맡아 국가발전의 후견인 역할을 계속해 왔다.

열정에 가득 찬 리콴유의 모습에 우리 대선 주자들의 모습이 오버랩된다. 그가 한때 추구했던 개발독재의 ‘아시아적 가치’에 대해선 아직도 논란이 있지만 우리는 과연 그만한 꿈을 가진 정치 지도자를 가질 수 있는지 회의가 생긴다.

선거를 열 달 앞두고 있지만 비전 경쟁은 아예 실종됐다. 한나라당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한반도 대운하 건설계획’과 ‘과학도시 건설’ 등 각론은 제시했지만 국가발전의 종합 청사진은 아직 못 내놓고 있다. 박근혜 전 대표도 ‘연 7% 성장’ 공약과 ‘열차 페리 구상’ 등을 내놓았지만 총론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평가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의 ‘21세기 광개토전략’도 원론 수준이다. 10년 뒤 무엇을 먹고살 것인지, 어떤 나라가 돼야 하는지에 대한 그림조차 그려지지 않는다.

한나라당은 후보 검증을 둘러싼 당내 갈등으로 그나마 움트던 정책경쟁의 싹마저 잘렸다. 범(汎)여권 쪽은 후보로 내세울 사람조차 마땅치 않아 외부인사를 향한 구애(求愛)에 여념이 없으면서도 ‘신당(新黨) 이벤트’로 어떻게든 권력을 유지해 보려고 안달이다. 하지만 국민이 대선 주자들에게서 보고 싶은 것은 리콴유와 같은 비전과 전략 제시다. 대선 주자들은 권력을 탐하기 전에 왜 대통령이 되려고 하는지부터 자문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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