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통령은 탈당-개헌 연계 말고 중립내각 구성해야

  • 입력 2007년 2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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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의 열린우리당 탈당이 기정사실로 굳어지고 있다. 청와대도 어제 브리핑을 통해 “조만간 당적 정리문제를 결론 낼 것”이라고 확인했다. 노 대통령이 그동안 “야당에서 개헌을 수용하거나, 열린우리당 지도부에서 대통령을 걸림돌로 생각해 요구한다면 탈당을 검토하겠다”고 말한 것에 비춰 보면 갑작스러운 상황 반전이다.

노 대통령의 속내를 정확히 알기는 어려우나 탈당 결심이 개헌안 발의나 여권의 통합신당 창당을 돕기 위한 정치적 동기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잘못이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역대 대통령이 모두 대선을 앞두고 집권당을 탈당했지만 경위야 어찌됐든 관권선거 시비에서 벗어나 중립적인 위치에 서겠다는 의사 표시였다. 노 대통령의 탈당도 당연히 그런 차원이어야 국민이 납득할 수 있을 것이다.

노 대통령이 탈당을 개헌 발의와 연계한다면 정치적 술수라는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는 “개헌은 정치행위가 아닌 개혁의 일환”이라고 주장하지만 그렇게 받아들이는 국민은 많지 않다. 국민 다수가 반대하고 있는 데다 여당의 지리멸렬로 실현 가능성이 없는 일에 매달리는 것 자체가 정치적 행위다. 야당에서 “기획 탈당으로 대선판도를 흔들려는 것”이라는 비난이 나오는 것도 그 때문이다. 국민 다수의 생각도 이와 다르지 않다.

노 대통령은 “대통령은 정치인이기 때문에 정치적 중립의 의무가 없다”면서 임기 말까지 정치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명해 왔다. 탈당한다면 먼저 그런 집착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렇다고 아무 일도 하지 말라는 얘기는 아니다.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분명히 가리라는 것이다. 순리(順理)에 따르고 민심에 순응한다면 크게 어려운 일도 아니다.

전임 대통령들의 예를 따라 비정치적 인사들로 중립내각을 구성하는 것이 그 첫걸음이 될 수 있다. ‘열린우리당 수석당원’에서 ‘국민의 대통령’으로 돌아와 대선을 공정하게 관리하고 민생(民生)을 돌보는 등 국정 마무리에 에너지를 집중하라는 얘기다. 퇴임 후를 걱정할 때가 아니다. 노 대통령은 자신에 대한 평가가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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