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학에 굴러가 박힌 돌’의 최대 피해자는 학생

  • 입력 2007년 2월 15일 23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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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대에 파견된 임시이사들이 대학의 분규가 사실상 끝났는데도 그대로 눌러앉아 새로운 갈등을 일으키고 있다고 한다. 상당수의 분규 대학에 임시이사가 파견됐으나 임시의 ‘위기관리’를 마치고 정(正)이사 체제로 넘어간 학교는 손에 꼽을 정도다. 학교경영 전권을 장악한 임시이사들이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박힌 돌’이 되려고 하기 때문이다.

현 정부 들어서는 친여(親與) 성향의 인사들이 총장과 이사장 및 임시이사를 차지하고 운동권이나 시민단체 출신을 끌어들여 수익사업체 경영을 맡기는 일마저 벌어지고 있다. 대학 경영의 전문성이 부족한 사람들이 정권의 줄을 타고 분규 대학에 임시이사로 들어가 아예 학교를 차고앉아 버린 것이다.

2005년 5월 임시이사 체제로 바뀐 세종대는 김호진 이사장이 함세웅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을 임시이사로 영입했다. 임시이사진은 노조가 주장한 단일호봉제를 도입하고, 교수 승진심사 요건을 완화했으며 재임용에서 탈락한 교수 등을 특채했다. 임시체제가 각종 선심정책으로 교직원들의 환심을 사 두면 예전 이사진의 복귀는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함 씨 등이 추천한 인사들은 학교의 ‘돈줄’인 한국관광용품센터와 세종호텔 등 수익사업체 2곳의 요직을 차지했다. 두 사업체는 운영한 지 34년 만에 처음 적자로 돌아섰다. 임시이사가 학교 정상화에 매진하기는커녕 코드 인사들에게 철밥통 직장이나 나눠 주고 새로운 문제와 갈등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임시이사가 한번 파견되면 분규가 해결돼도 구 이사진은 설 자리가 없는 경우가 적지 않다. 임시이사 체제인 인천 경인여대의 경우 설립자는 대법원 판결로 무죄가 확정됐고, 분규를 일으킨 교수들은 유죄판결을 받았다. 그런데도 설립자는 복귀하지 못한 반면 유죄판결로 자격을 상실한 교수들은 시간강사나 교수협의회 회원으로 활동하다 지난주 특별사면까지 받아 복직운동을 하고 있다. 주명건 세종대 전 이사장도 각종 고발 사건에서 무혐의 결정을 받았지만 임시이사진이 차지한 학교에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대학평의원회 구성을 요구하는 개정 사립학교법에 따라 앞으로는 정이사 체제 전환이 더욱 힘들어진다. 법원 판결을 통해 횡령 혐의 등을 벗었는데도 설립자들은 임시이사들에게 빼앗긴 학교를 되찾을 엄두를 내지 못하게 된 것이다. 임시이사 체제에서는 학교 발전이나 과감한 투자를 꿈꿀 수도 없다. 임시이사 체제의 최대 피해자는 질 높은 교육을 받지 못하는 학생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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