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허승호]중국의 섬격(殲擊)

  • 입력 2007년 2월 6일 02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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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에는 방어에 필요한 전력(戰力)의 3배가 필요하다”는 군사격언이 있다. 그러나 이는 지상전의 경우일 뿐, 공군에선 선제공격이 결정적으로 유리하다. 기습받은 전투비행단이나 미사일기지는 회복과 반격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전쟁이 터지면 상대방 공군기지는 최우선 타격 목표가 된다. 공군이 ‘5분 대기조’가 아니라 ‘3분 대기조’를 운용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적의 도발 징후가 있으면 대응 전투기가 무조건 3분 안에 이륙해야 한다.

▷중국은 오랫동안 공군력이 취약했다. 북한 공군은 1984년부터 소련제 MIG-23을 수십 기 보유해 왔지만 중국은 1990년대 초까지 1950년대식 소련제 무기로 버티고 있었다. 동유럽이나 중동 쿠바 베트남보다도 10년 이상 늦었다. 중소(中蘇)분쟁 이후 30년 간 군사교류가 없었던 탓도 있다. 하지만 1991년 걸프전에서 미국 공군력의 가공할 위력을 지켜본 중국은 생각을 바꾸었다. 지상군을 100만 명 이상 감축하는 대신 전투기 J-10의 자체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중국은 작년 말 J-10을 ‘인민해방군’ 합동군사훈련에 투입한 데 이어 실전(實戰) 배치하기 시작했다. 개발 착수 18년 만이다. J-10의 성능은 한국의 주력기종인 F-16과 맞먹는 것으로 평가된다. 중국은 이제 레이더 추적을 피할 수 있는 스텔스기(機) J-14 개발에 들어갔다는 소식이다. 중국 전투기에 붙는 ‘J’는 젠지(殲擊·섬격·쳐서 섬멸함)의 머리문자다.

▷한국군은 북한의 침공을 상정하고 있을 뿐, 한반도 유사시 주변국 움직임에는 대비가 허술하다. 중국은 한반도 제공권(制空權)을 미국에 뺏긴 것에 가슴앓이를 해 왔다. 만약 J-10을 북한에 공급한다면 어떻게 될까. 우리의 ‘국방개혁 2020’은 상비 병력을 줄이는 대신 절감 예산으로 전력의 첨단화 과학화를 꾀하겠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지상군 병력 감축에 따른 예산 절감분을 거의 지상군 장비확충에 쓰는 구조여서 ‘전력 첨단화’와는 거리가 있다. 국방개혁도 ‘육해공 각군의 이기주의’ 벽을 넘지 못하나.

허승호 논설위원 tige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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