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군포로 가족 死地로 내몬 정부도 정부인가

  • 입력 2007년 1월 18일 2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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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북한을 탈출한 국군포로 가족 9명이 중국 선양(瀋陽) 영사관이 소개해 준 민박집에서 머물다가 중국 공안에 붙잡혀 북송됐다. 선양 영사관은 최근에도 납북 어부 최욱일 씨의 구명(救命) 요청 전화를 무성의하게 받아 국민의 분노를 자아낸 바 있다. 도대체 누굴 위해 존재하는 영사관이고 외교관들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국군포로 가족들은 탈북 직후 선양 영사관에 도움을 요청하는 편지를 보내면서 “이번에 잡히면 7∼15년 감옥생활을 해야 한다”고 절규했다고 한다. 그런 그들을 “국군포로 가족들은 국제법상 북한 국적자여서 영사관으로 데리고 올 수 없다”며 신변안전도 보장되지 않는 민박집으로 보냈으니, 그 무신경과 무책임한 태도가 놀랍다.

외교부가 이들이 강제 북송된 것으로 잘못 알고 남한의 가족들에게 통보했던 그 순간에도 이들은 중국 단둥(丹東)에 억류돼 있었다. 영사관이 좀 더 적극적으로 대처했더라면 북송을 막을 수도 있었다는 얘기다. 안타까움과 분노가 더 끓어오르는 이유다. 제 가족이라도 그렇게 했을까. 이들을 그래도 동포라고 믿고 몸을 맡긴 국군포로 가족들이 딱할 뿐이다.

국민의 상심(傷心)에도 불구하고 이런 일이 끊이지 않는 근본원인은 북한 인권문제를 철저히 외면해 온 이 정부의 맹목적 ‘친북코드’에 뿌리가 있다고 우리는 본다. 노무현 대통령을 비롯한 이 정권 사람들이 북한 주민의 인권 참상과 탈북자 문제에 조금이라도 신경을 썼더라면 현지 공관이나 담당 외교관들이 이런 식으로 대응했겠는가. 북에 퍼 줄 것 다 퍼 주면서도 김정일의 인권 탄압과 폭정에 대해선 입도 뻥긋 못 한 결과다.

우리는 지난해 한국인 유엔 사무총장의 탄생을 자축했다.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 부(副)판무관도 배출했다. 세계가 대한민국을 다시 보았다. 바로 그 무렵, 이들 국군포로 가족들은 중국 공안에 체포된 뒤 비명을 지르며 북의 강제수용소로 끌려갔다. 그들이 아직도 살아 있다면 모진 고문 끝에 다시 굶주림과 강제노역의 지옥 속으로 떨어졌을 것이다. 허울 좋은 ‘평화세력’의 귀에는 그들의 절규가 정녕 안 들리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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