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진영]선거철 불법 동영상 쏟아질 텐데…

  • 입력 2007년 1월 17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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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인 창작물이 소유의 대상이라는 ‘지적재산권’ 개념은 유럽 계몽주의의 산물이다.

중세 신학자들은 “지식은 신의 선물이어서 매매될 수 없다”고 했다. 공자도 “나는 창조하기보다는 전달할 뿐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18세기 들어서면서 지식은 신의 계시가 아닌 인간의 머리에서 나온다고 믿기 시작했다. 지식이 양도 가능한 재산으로 인식된 출발점이다.

지적재산권은 날로 확대되는 추세다. 예술작품이나 기업의 상표와 반도체칩 설계는 물론 “김 기사 운전해” 하는 연예인의 말투까지 재산권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따라서 복제와 조작과 유통이 자유로운 디지털 기술과 인터넷은 일부 이해당사자에게 무척 당혹스러운 존재가 된다. 세계 최대의 콘텐츠 생산자인 미국 할리우드의 영화 제작자들도 고민에 빠졌다.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은 16일 미국 동영상 공유 사이트 유튜브닷컴에서 유통되는 TV나 영화 동영상의 30∼70%가 저작권자의 동의를 받지 않은 불법 영상물로 추산된다고 보도했다.

미디어 기업 NBC유니버설은 직원 3명이 매일 유튜브닷컴을 감시하며 ‘불법 영상물을 삭제하라’는 공문을 매달 1000건 넘게 보낸다. 평균 9600만 달러(약 898억 원)를 들여 제작한 영화를 공짜로 보는 사람이 있으니 속이 탈 만도 하다.

인터넷 강국인 한국의 사정은 더욱 심각하다. 문화관광부는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인기 동영상 사이트 6곳에 게시된 동영상 가운데 94%는 기존 저작물을 편집하거나 복제한 것이라고 발표했다.

누리꾼들은 참여와 공유를 기본 정신으로 하는 인터넷 시대에 지적재산권의 개념도 수정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적 창작물은 인류의 자산이다”는 사회주의적 논리와 “그럼 누가 애써서 창작을 하겠느냐”는 반론이 맞서 논쟁이 거세다. 카피라이트(copyright)에 맞서 정보를 공유하자는 카피레프트(copyleft) 운동까지 벌어진다.

대선이 다가오면 기존 동영상을 짜깁기해 만든 각종 선거용 영상물이 쏟아져 나오면서 또다시 저작권 논쟁이 불붙게 될 것이다. 동영상을 이용한 불법 선거운동을 막는 일도 급하지만 인터넷 시대에 저작권을 어떻게 해석해 ‘지적 위기’를 넘겨야 할지 사법 당국은 어려운 과제를 떠안게 됐다.

이진영 국제부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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