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하종대]소수민족 입막는 ‘和平중국’

  • 입력 2007년 1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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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화민족(中華民族).’

중국의 공문서에 자주 등장하는 말이다. 중국의 정식 명칭은 ‘중화인민공화국’이다. 중국 국가 ‘의용군행진곡’은 ‘중화민족이여, 일어나라’라고 외친다.

민족이란 일반적으로 일정 지역에서 장기간에 걸쳐 공동생활을 함으로써 언어, 풍습, 종교, 정치, 경제를 공유하고 집단귀속 감정에 따라 결합된 인간집단의 최대 단위(네이버 백과사전)를 일컫는다.

그러나 베이징(北京)의 중화민족원은 한족(漢族)은 물론 언어와 풍습이 완전히 다른 티베트족 위구르족 몽골족 후이족 등 55개 소수민족의 전통건축과 민간풍속을 함께 전시한다. ‘중화민족’이란 용어로 중국의 영토 내에 거주하는 56개 민족을 모두 아우르는 셈이다. 중국은 조선족도 중화민족이라고 주장한다.

중국에만 유일하게 존재하는 이런 민족 개념은 청(淸) 말 및 중화민국 초기의 계몽사상가 량치차오(梁啓超)가 처음 주창했다. 그는 1905년 발표한 ‘역사상 중국민족의 관찰’이라는 논문에서 “중화민족이란 하나의 겨레가 아니고 다민족이 혼합된 것”이라며 “한족이나 만주족 몽골족 후이족이 모두 한 가족”이라고 주장했다.

중국은 현재도 이 개념을 그대로 사용한다. 그러나 소수민족들은 중화민족이라는 ‘고깔’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지금도 일부 자치지역에서는 줄기차게 독립운동이 벌어진다. 청나라 위세에 눌려 숨죽이고 살았던 티베트인들은 청 왕조가 망하자 1913년 재빨리 잔류한 청군을 몰아내고 독립을 선언했다.

그러나 인민해방군은 1950년 다시 티베트를 점령했다. 티베트인들은 1959년과 1987년을 비롯해 기회가 있을 때마다 대규모 봉기로 맞섰지만 모두 실패했다.

위구르족이 사는 신장웨이우얼(新疆維吾爾) 자치구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한족 인구가 절반이 넘어 티베트와 같은 대규모 폭동이 일어나지는 않지만 크고 작은 무력 충돌이 끊이지 않는다.

2003년 12월 중국이 테러조직으로 지정한 신장 지역 독립운동 단체는 최근 훈련기지가 발각된 ‘동(東)투르키스탄이슬람운동’을 비롯해 동투르키스탄해방기구(ETLO), 세계위구르청년의회(WUYC), 동투르키스탄정보센터(ETIC)까지 4개. 실제로 활동하는 독립운동 단체는 50여 개에 이른다.

중국 정부는 이들에 대해 무자비한 탄압으로 일관해 왔다. 1959년 3월 티베트인이 봉기했을 때에는 12만 명이 학살당했다. 홍콩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2005년 신장 지역에서 체포한 독립운동 관련 인사만 1만8227명에 이른다.

중국은 대외적으로는 ‘평화적으로 일어선다’라는 뜻의 ‘화평굴기(和平굴起)’를 주창해 왔다. 2004년에는 이 말이 외국인에게 위협적으로 들린다며 ‘화평발전(和平發展)’으로 바꿨다.

그러나 대내적으로 ‘화평’은 찾아보기 어렵다. 소수민족 정책에서는 오히려 ‘절대 용인하지 않는다’는 ‘절불용인(絶不容忍)’이라는 가시 돋친 말이 먼저 나온다.

자치나 독립의 요구는 곧바로 범죄로 규정된다. 최근엔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구실 아래 독립 추구세력을 아예 ‘테러분자’로 규정했다.

중국은 대외적으로 절대 패권을 추구하지 않겠다고 밝혀 왔다. 하지만 대내적으로는 다수민족인 한족이 패권을 휘두른다.

중국인의 90.56%는 한족이다. 55개 소수민족은 모두 합쳐도 9.44%인 1억2333만 명에 불과하다. 중국이 강대국으로서 ‘평화적 부상’을 의심받지 않으려면 안에서부터 소수 및 약자와 타협하고 평화롭게 공존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하종대 베이징 특파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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