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선우석호]3만달러시대 이끌 새 엔진을 찾자

  • 입력 2007년 1월 9일 03시 00분


코멘트
연내에 미국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이 910원에 도달할 경우 한국의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2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1995년 1만 달러를 기록한 이후 12년 만에 소득이 두 배가 되는 것이다. 1950년대 후반까지 아프리카 최빈국과 함께 희망 없던 나라가 개발도상국이 되더니 어느덧 선진국 문턱까지 다다랐다는 사실은 세계 경제사에 흔치 않은 일이다. 이 과정을 모두 경험한 필자 세대는 이 성과에도 감사하지만 만일 10년 내에 3만 달러까지 도약해 명실 공히 선진국이 된다면 지구상에서 가장 축복 받은 세대가 될 것 같다.

차세대 메가 프로젝트 추진해야

잠시 흥분을 가라앉히고 분석의 시각으로 보자. 올해로 예상되는 2만 달러 달성은 무엇보다 원화 강세로 인한 효과로 보인다. 실질소득에의 기여도는 예상보다 적다. 예를 들어 2000년 이후 국민소득은 83.3% 증가했지만 이 중 원화 강세에 의한 효과가 36%를 차지한다. 환율 요소 등을 제거한 실질소득은 7년간 38% 증가에 그쳤고,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소득 수준의 55%에 불과하다. 선진국과는 큰 격차를 보이는 셈이다.

원화 강세는 원화에 대한 수요가 증가해서 발생했다. 수출 증가와 경상수지 흑자, 기업 환경 개선에 따른 외국인 투자 증가에 힘입은 결과다. 한국의 경제 체질이 개선된 증거다. 반도체, 가전, 자동차, 철강, 조선업 등의 한국 대표 기업이 글로벌 경쟁 환경에서 꿋꿋이 살아남아 세계적인 기업으로 약진한 데 크게 힘입어 엄청난 물량의 수출이 가능했다.

여기서 간과해선 안 될 점은 현재의 산업구조를 가능하게 하는 대형 프로젝트(Mega projects)가 이미 오래전에 시행됐다는 사실이다. 1960년대의 철강 투자, 1970년대의 중화학 투자, 1980년대 초의 반도체 및 정보기술(IT) 대규모 투자가 대표적이다. 이를 기반으로 부단히 싹을 키우고 자라나 오늘날 포스코, 현대중공업, 현대자동차, 그리고 삼성전자가 됐다. 당시 이런 투자에 대해 해외 전문기관들도 경제성이 없고 심지어 무모하다고까지 혹평했기에 더욱 값진 결과다.

3만 달러 진입을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나? 더욱 면밀한 메가 프로젝트를 기획해야 한다. 현재의 고임금·저수익 대기업 편중 구조, 일본과 중국 사이의 샌드위치 현상, 자본시장 낙후를 뛰어넘는 내용이어야 한다. 과거 군사 독재시절에나 가능했던 정부 주도의 제조업 기반 중심의 투자와는 질적으로 다른 프로젝트가 될 것이다.

기본은 같다. 부가가치 높은 상품을 더 많이 팔아야 한다. 부가가치 높은 상품이란 기술과 창의적인 인력이 있어야 만들어 낼 수 있다. 더 많이 팔기 위해서는 전 세계 시장을 대상으로, 특히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나 남미, 아프리카 신흥시장에서 선점할 수 있는 국제화된 열정 있는 인력을 길러 내야 한다. 그리고 이런 인력의 열정과 성과가 보상받을 수 있는 시장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인재양성-규제혁파 등 동력 필요

이에 앞서 사회가 투명해야 한다. 부패한 자가 창궐하면 시장은 왜곡되고 사회 에너지는 소진된다. 소득 3만 달러 이상 국가의 공통점을 보면 부패지수가 매우 낮고 정책 투명성은 매우 높다. 차기 정권 이후의 3만 달러 달성 메가 프로젝트는 인력구조와 시스템을 바꿀 수 있는 방향이어야 한다. 새로운 시대를 이끌 국가 차원의 인재양성시스템 구축, 부패지수를 획기적으로 낮출 규제 혁파와 국가경영시스템 구축, 차세대 신규 산업군의 지속적 발굴 및 성장 모멘텀 조성 등 일회성이 아니라 10년, 20년 이상 지속할 수 있어야 한다.

선우석호 홍익대 교수·경영학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