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기석]‘한국형 원조 모델’ 만들자

  • 입력 2007년 1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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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1일 취임했다. 유엔 사무총장 배출은 세계적으로 유례없이 성장한 국력을 반영한 결과이다. 하지만 한국은 국력에 비해 어려운 이웃 나라를 돕는 일에는 소극적이었다. 다른 나라에 주는 재정과 기술 원조인 공적개발원조(ODA) 규모는 지난해 국민총소득의 0.09%였다. 대북 지원을 합해도 0.15%이다. 1년에 국민 1인당 15달러 정도 도와 준 셈이다.

이런 원조액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위이다. 한국과 경제규모가 비슷한 네덜란드(1인당 246달러)와는 비교도 안 된다. 2009년까지 0.1%로 올리려는 목표를 달성해도 OECD 회원국 평균에 못 미친다. OECD 내 엘리트 조직이라 할 수 있는 개발원조위원회(DAC) 가입이 불가능한 수준이다. 많은 선진국이 2010년까지 0.7% 이상으로 늘리겠다고 해서 ‘0.7%클럽’이 생겼다. 북유럽의 몇 나라는 벌써 1%에 근접해 있다.

한국의 사정이 결코 좋지 않은데 왜 우리가 남을 도와야 하나? 국민의 납득과 지지가 없으면 선진국 수준으로 원조를 늘리지 못한다. 필자는 “은혜를 갚을 때가 됐다”고 강조하고 싶다. 1990년대 말까지 한국이 받은 외국 원조는 130억 달러에 이른다. 외국 원조가 한국의 발전에 크고 작은 도움을 줬다. 남의 도움을 받던 나라가 이제 경제규모로 세계 10위권이 됐다. 세계에서 11번째로 한 해에 3000억 달러를 수출하는 나라이기도 하다. 이제는 사랑의 빚을 갚을 때이다.

빈곤으로부터 해방된 한국의 역사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어렵다. 전쟁의 고통과 폐허를 이겨낸 결과다. 중등교육과 고등교육이 한국처럼 보편화된 나라는 찾기 힘들다. 수학 과학 문제해결 영역에서의 국제학력비교조사에서 한국 학생들은 늘 세계 상위 3위 이내이다. 비교적 짧은 시기에 이룬 빈곤으로부터의 해방과 높은 수준의 교육. 세계 많은 나라가 이런 발전 경험을 절실히 필요로 한다.

유엔은 새천년개발목표(MDG)의 달성을 전쟁 방지와 평화 유지의 근본 해결책으로 삼고 빈곤 해방과 초등교육 보편화 등 8대 목표를 정했다. 세계은행과 유네스코도 2015년까지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중이다. 주목할 성과는 아직 없다. 이런 상황에서 많은 국제기구 전문가가 한국을 바라본다. 한국의 경험을 세계화하기 위해 한국이 적극 나서기를 바란다. 한국의 경험을 세계에 확산해 새천년개발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다.

대외원조를 늘리는 일만이 능사는 아니다. 늘어난 규모에 걸맞게 권한과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 돈과 기술을 주되, 한국의 발전 경험과 지식을 알려 한국형 원조개발 모형을 제시하자는 얘기다. 또 1997년 말 외환 위기를 계기로 축소된 유네스코 상주대표부를 원상 복구시켜 대사를 파견하는 등 조직과 인원을 늘리고 한국 전문가를 여러 기구에 진출시켜야 한다. 1991년 창설 이후 지구촌 구석구석에서 활동하는 한국국제협력단(KOICA)을 더 지원하는 방안도 바람직하다.

김기석 서울대 교수 서울대 기록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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