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홍권희]‘아부의 기술’

  • 입력 2007년 1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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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은 재임 시절 “우리 행정부가 미국의 시민만큼 훌륭하기를 기원합니다”라고 기도했다.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은 “미국민의 지혜를 믿었을 때 저는 한번도 실패한 적이 없었습니다”라고 연설했다. 이들은 칭찬 받기를 원하는 민주국가 국민의 심리를 잘 알았고 ‘위대한 국민’이라는 칭송으로 다수의 지지를 이끌어 냈다. 일종의 ‘아부의 활용’이다. 최근 국내에서 번역 출판된 미국 타임지 편집장 리처드 스텐겔의 저서 ‘아부의 기술’에 소개된 사례다.

▷“모든 것이 국민의 높은 의식 수준의 결과였습니다.” “우리는 마음만 합치면 기적을 이뤄 내는 국민입니다.” 앞의 것은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가 한 말이고 뒤의 것은 2003년 2월 25일 그의 대통령 취임사 끝부분이다. 하지만 그 후 노 대통령은 국민을 칭찬하는 데 인색했다. 2006년 현충일 추념사의 ‘부끄러운 역사’ 언급을 비롯해 역사, 국민의식, 대기업, 언론, 검찰, 특정 지역 거주자, 특정 직업 종사자를 종횡무진 비꼬고 야단친 대통령이다.

▷21세기에 아부의 기술은 능력과 자본으로 인식된다. 현대 정치는 ‘유권자에게 아부하는 것’이란 해석도 있다. 그런데 우리는 누군가를 겨냥한 대통령의 성난 얼굴에 익숙하다. 대통령과 국민 사이가 일방적이고 의사소통이 안 되는 것은 어느 전직 수석비서관의 말대로 ‘대통령은 21세기를 사는데 국민은 아직 독재시대 문화에 빠져 있기’ 때문인가. 대통령은 그동안 아부 받기만을 원하지 않았는지, 국민에게 아부해 나라를 평안하게 하려는 노력은 해 봤는지 짚어 볼 일이다.

▷대선이 있는 올해, 국민은 정치인들로부터 ‘사랑과 존경’ 소리를 또 지겹게 들을 것이다. 선거판의 인사치레 아부는 사양하고 싶다. 표(票)를 위한 아부가 아니라 국민의 가려운 곳을 찾아내 긁어 주는, 국민을 설득하는 노력이 곁들여진 아부여야 한다. 미국의 사회학자 에드워드 존스의 조언대로 ‘정말 대단해’ ‘전적으로 동의해’ ‘자랑거리는 못 되지만’ ‘내가 해 줄게’의 4단계를 실천하는 수준은 돼야 한다.

홍권희 논설위원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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