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관악구 평생교육 특구로… ‘에듀밸리 프로젝트’ 추진

  • 입력 2006년 12월 5일 03시 05분


《서울대 사범대가 관악구를 ‘도시복합대학’으로 변모시키는 ‘비전 2020: 관악 에듀밸리(Edu-Valley)’ 사업을 관악구와 공동 추진하고 나섰다.

사범대의 제안에는 영재교육에서 노인교육까지, 취업교육에서 문화교육까지 지역 주민들의 평생학습을 서울대가 이끌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이번 프로젝트는 장기적으로 대학과 지역사회가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면서 지역 내 공교육을 정상화하고 지역의 교육, 문화, 복지에 적극적으로 기여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대학사회와 지방자치단체들로부터 주목을 받고 있다.

또 지금까지 낙후된 지역사회와 동떨어져 상아탑으로 존재하던 서울대가 적극적으로 사회 공헌에 나섰다는 점에 있어서도 큰 의미를 갖는다.

지금까지 서울대는 물론 전체 국내 대학의 지역사회에 대한 공헌은 단기적인 지역 봉사활동이나 일회성 특강에 머물러 온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이 방안이 성공적으로 추진되면 관악구는 유럽처럼 지역사회가 대학과 밀접하게 연관된 국내 첫 ‘신대학도시’로 변모하게 된다.

서울대 사범대는 2020년까지 총 3000억 원을 들이는 이 사업에 대한 제안서를 지난달 말 관악구에 제출했으며 구청과 공동 연구를 진행하기로 합의했다고 4일 밝혔다.

아래는 제안서의 내용이 어느 정도 가시화됐을 7년 후 관악구의 달라진 풍경을 상상해본 것이다.》

■ 2013년 12월 7일… 이렇게 바뀝니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관악구민들의 평생교육을 서울대가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사범대는 이를 위해 단기적으로는 관악구 내 학생들을 위한 영재교육, 지역 학습도우미(멘터링)사업 확대, 일선 학교에 교육 컨설팅 제공, 특기적성교육 및 과학 실험교육 위탁 실시 방안 등을 제시했다. 장기적으로는 영어마을 위탁 운영, 학생 주민들에 대한 과학교육 강화, 관내 전 초중고교와 협력관계 구축까지 계획하고 있다.

여고생 김희라 양

토요일이라 쉬는 날이지만 김희라(17·고등학교 2학년·관악구 남현동) 양은 오전 8시 반에 눈을 떴다.

오전 10시부터 서울대 교육정보관에서 과학 특기적성 마지막 수업이 있기 때문. 원래 평일 방과 후 수업이지만 마지막이라 특별히 서울대에서 반나절 동안 실험실을 비워줬다.

“안녕하세요.” 학교에 도착한 김 양은 대학생 조교들과 인사를 나누고 익숙하게 플라스크와 전자저울을 꺼냈다.

김 양은 중학교 시절 서울대가 관악구 내 우수 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과학영재 교육프로그램에 1년간 참가했다.

중학교 때부터 한 달에 한 번 학교 과학 수업시간에도 서울대 실험실을 이용했기 때문에 전혀 낯설지 않다.

김 양은 서울대와 함께 자랐다. 초등학교 때 서울대에서 운영하는 영어캠프에서 영어를 배웠고 청소년 생활과학교실에서 과학에 대한 흥미를 키웠다. 반 친구들도 마찬가지다. 가정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은 서울대 학생들에게 무료 과외도 받는다.

어머니는 가끔 “다른 학군 학생들이 관악구에 이사를 못 와 안달한다니 세상 많이 바뀌었다”며 웃는다.

○실업에서 취업까지

모든 이들이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서울대가 실업자, 명예퇴직자, 은퇴자를 위한 취업교육 창업교육을 제공하겠다는 계획이다.

관내 인적 자원을 개발해 각자의 상황에 맞는 직업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이를 통해 관악구에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창출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사범대는 단기적으로는 노인 저소득층 실업자 대상 교육을, 장기적으로는 도전 창업센터 건립을 제안했다.

중년퇴직 남규재 씨

관악구 봉천동에 사는 남규재(47) 씨는 오전 일찍 도서관에 들렀다가 구민회관으로 향했다. 오후에는 컴퓨터 소프트웨어 자격증 시험이 있다.

그는 6개월 전 다니던 무역회사를 그만둔 후 이사를 심각하게 고민했다. 관악구 내 아파트는 교육열이 높은 학부모들에게 인기였다. 몇 년 전 서울대가 위탁운영하는 영어마을이 착공하고부터 아파트 값이 더 올랐다. 그만큼 세금도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서울대 공학박사 출신의 강사가 재취업 교육을 시켜주는 곳은 관악구밖에 없다는 말에 그냥 남기로 결심했다.

결국 남 씨는 6개월 만에 자격증 시험에 통과할 실력을 길렀다. 그는 ‘다음 주부터 본격적으로 취직자리를 찾겠다’고 생각하며 고사장에 들어섰다.

○일상에서 예술까지

관악구민들이 풍요로운 문화적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서울대가 나서서 문화 교육 및 여가생활 지도 등을 통해 지역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겠다는 뜻을 담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스포츠건강문화센터 건립과 함께 관내 모든 교육 문화 복지 시설(학교 도서관 문화원 전시관 구민회관 등)이 서울대 해당 기관과 연계돼 교육 컨설팅을 제공받는다는 것이다.

61세 최정우 씨

관악구 신림동에 사는 최정우(61)씨는 오전에 서울대가 위탁 운영하는 구립 스포츠센터에서 1시간 정도 땀을 흘렸다.

샤워를 하고 나오는 최 씨를 전담코치가 잡았다. 사범대 체육교육과 졸업반 남학생인 코치는 1년 동안 최 씨의 살을 4kg이나 빼주고 혈당수치도 낮춰 준 은인.

코치는 “이제 기말시험이고 졸업이라 주의할 점을 적었다”며 메모를 건넸다. 최 씨도 “나중에 한잔하자”며 악수를 청했다.

최 씨는 서울대미술관에 들렀다가 서울대가 운영하는 구립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돌아가기로 마음을 정하고 가볍게 발길을 돌렸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단-장기 구체 계획은

저소득층 학생지도등 기존사업 확대

서울대 사범대와 관악구가 공동 추진 중인 ‘비전 2020: 관악 Edu-Valley’ 프로젝트는 현재 진행 중인 프로그램의 발전 방향과 함께 앞으로 추진될 단기 및 장기 계획을 담고 있다.

사범대는 현재 관악구와 시민대학 운영, 지역 리더십 교육 및 창업 교육, 청소년 생활과학교실, 영어캠프 등을 진행하고 있다.

재학생이 프로그램에 참여해 자신의 전공과목을 지도하거나 보조하는 형태로 미래의 교사들은 교사 실습을 하고 주민들은 저렴하게 배우니 일석이조다.

지역학교 간의 협력학교 체결도 활발하다. 사범대는 9월 신림중 남강중 서울여상 등 관악구 내 세 학교를 지역협력학교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지역협력학교에서는 내년 1월부터 8개월간 서울대 교수와 해당 학교 교사가 공동 연구를 진행한다. 지역협력학교는 앞으로 10개까지 늘어난다.

단기 계획 중에는 관악구 내 학생을 위한 영재교육, 지역 학습도우미(멘터링) 사업 확대 등이 눈길을 끈다.

현재 관악구와 동작구의 저소득층 학생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 중인 본부의 멘터링 사업도 사범대 차원에서 확대하기로 했다.

장기 계획은 영어마을 위탁 운영, 스포츠건강문화센터 및 도전창업센터 건립 등을 담고 있다.

현재 관악구는 서울시에 ‘제3 영어마을’ 유치를 신청한 상태. 서울시에 의해 선정되면 서울대의 위탁 운영을 통해 관내 학생과 주민들에게 양질의 영어교육을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서울대는 이를 통해 관악구를 ‘대한민국의 교육특구’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김동일 사범대 기획실장은 “대학-지역 협력사업은 유럽뿐 아니라 미국 미네소타, 코네티컷 주 등에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영달 사범대 학장은 “지역사회와 대학의 협력을 통해 공교육을 정상화하고 교육 불균형을 해소하는 평생학습 도시의 모형을 정립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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