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여야, 새해 예산 심의 ‘본업’엔 뜻 없나

  • 입력 2006년 12월 3일 23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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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가 또 헌법을 위반했다. 헌법 제54조는 ‘국회는 회계연도 개시 30일 전까지 (새해) 예산안을 의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회는 2일까지 확정해야 했음에도 1일에야 본회의 전 단계인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첫 회의를 열어 오늘부터 14일까지 예산심사를 벌이기로 했다.

예산안 확정시한 넘기기는 1998년 이후 대선이 있었던 2002년을 빼고는 해마다 되풀이됐다. 여야가 심사를 열심히 한 때문이 아니라 대부분 정쟁(政爭) 탓이었다. 이번에는 청와대와 여야 사이의 ‘전효숙 사태’를 비롯한 인사(人事) 신경전, 정계개편을 둘러싼 대통령과 여당의 대립, 한나라당의 때 이른 차기 대선 무드 등이 얽히고설켜 여야 모두 ‘잿밥’에만 관심이 있는 듯하다.

대선이 있는 해의 정부 예산안에는 각종 선심성(善心性) 지출 내용이 곳곳에 숨어 있게 마련이다. 예년보다 더 눈을 부릅뜨고 불요불급(不要不急)한 부분을 찾아 한껏 덜어 내도 거품을 다 빼기 어렵다.

정부가 제출한 내년 예산안 규모는 일반회계 158조 원 등 총 238조 원이다. 열린우리당은 ‘불필요한 지출은 삭감하되 삭감분을 사회간접자본 투자로 돌리고 총액은 그대로 둔다’는 방침이다. 반면 한나라당은 “복지 및 대북(對北)사업을 중심으로 낭비성 5조3000억 원, 대선 선심성 1조7000억 원, 법률 통과를 전제로 편성된 5조4000억 원 등 총 12조 원 이상을 삭감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여야가 지금처럼 ‘늑장’에 건성으로 예산 심의를 하는 판에 정부안에 제대로 메스를 가할 수 있겠는가. 한나라당은 지난해에도 9조 원 삭감 목표를 내걸었다가 정작 본회의에는 불참해 정부 여당 뜻대로 세금을 쓰도록 방치했다.

여야가 예산안을 또 부실하게 심사 처리하고는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정치 공방이나 반복한다면 참으로 한심한 일이다. 정부 예산안 가운데 낭비성, 선심성, 코드 성향의 부분을 찾아내 거품을 걷어 내지 않고 정부의 집행 잘못만 비판할 수는 없다. 그렇지 않아도 국민은 내년에도 경기 부진, 공공요금 인상, 세금 증가, 금리 상승 등 ‘4중고’에 시달릴 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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