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상훈]쓴 약 거부하는 복지부

  • 입력 2006년 11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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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전문가의 주관적 판단에 불과하다. 미흡하다거나 부진하다고 평가하는 것은 자의적이다.”

참여정부의 보건복지 분야 27대 핵심 공약 이행 실적에 대한 본보의 보도(28일자 A14면)에 대해 보건복지부가 내놓은 해명 자료의 한 대목이다.

분배를 통한 사회복지를 유독 강조해 온 참여정부는 출범 당시 약속한 복지정책에 대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전문가들이 A등급(목표 달성)을 하나도 주지 않은 데 대해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분석 결과 B등급(사업성과 인정)과 C등급(사업추진 미흡)이 각 11건, D등급(사업 매우 부진)이 5건이었다.

해명 자료 배포만으로 성이 차지 않았는지 복지부 이상영 재정기획관은 국정브리핑에 “평가 기준부터 틀렸다”는 반박 글을 올렸다.

복지부는 D등급을 받은 ‘식품안전기본법 제정’ 공약에 대해 ‘11월 현재 법안이 국회에 계류돼 있기 때문에 별문제 없다’고 해명했다. 이 법안은 지난해 3월 국회에 제출됐다. 1년 8개월이 지나도록 진전이 없는데 복지부가 ‘정상 진행 중’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복지부는 또 D등급을 받은 ‘국가지정 필수 예방접종 무상실시’ 공약에 대해 “내년 사업 예산으로 499억 원을 확정했고 이 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내년 7월부터 실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예산은 담뱃값 추가 인상과 연계돼 있다’는 단서를 달았다. 담뱃값이 인상되지 않으면 이 공약은 물 건너가는 셈이다.

경실련의 분석에 참여한 사람들은 오랫동안 보건복지·의료분야에 몸담아 온 전문가들이다. 이들은 몇 주간에 걸쳐 집단 토론을 통해 평가 결과를 내놓았다. 또 노무현 대통령이 후보 시절 제시한 공약 가운데 일부가 슬그머니 사라졌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잘못을 지적하는데 마음이 편할 사람은 없다. 하지만 복지부가 진정으로 보건복지 정책의 발전을 바란다면 이 평가에 대해 심사숙고해야 한다. 제 눈으로 보지 못한 티가 있는지 살펴야 한다. 몸에 좋은 약은 원래 쓴 법이다. 복지부의 태도는 병이 있는데도 쓴 약을 먹지 않겠다며 떼쓰는 아이를 떠올리게 한다.

김상훈 교육생활부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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