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치협상 이전에 盧·386 ‘惡性코드’부터 폐기해야

  • 입력 2006년 11월 27일 00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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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노무현 대통령은 이병완 대통령비서실장을 통해 민생법안의 국회 처리와 향후 국정 운영 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열린우리당 한나라당 대표와 원내대표, 대통령과 국무총리가 참여하는 ‘여-야-정 정치협상회의’를 열자고 제안했다. 지난해 대연정(大聯政) 제안에 이은 또 하나의 정국 돌파용 카드로 읽힌다.

그런데 이 실장은 ‘여야 대치와 국회 교착 상태’를 국정표류의 원인으로 규정하면서 “역대 정권 말기에 국정 표류와 마비 현상으로 외환위기 등 국가적 중대 위기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지금의 실정(失政)은 물론이고 외환위기 같은 사태가 오면 그것도 ‘국회 탓’이라는 얘기다. 야당에서 ‘실정 물타기’라는 반응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경제의 성장엔진이 꺼져 가고 안보 불안 심화와 좌파세력의 과격 시위로 국기(國基)마저 흔들리고 있다. 나라가 이 지경에 이른 근본 원인은 대통령과 그를 좌(左)편향 이념 실현의 ‘도구(道具)’로 삼아 온 386 정권그룹의 ‘악성(惡性)코드’에 있다. ‘아시아에서 가장 기업하기 힘든 나라’를 만든 ‘반(反)시장 코드’, 한미동맹 이완과 대북 국제공조에서 외교적 왕따를 자초한 ‘민족끼리 코드’, 교육경쟁력을 급락시킨 ‘평등 코드’, 이른바 ‘정무적(政務的) 판단’이라며 다수를 끌어들이기 위해 소수를 때리는 ‘포퓰리즘적 편 가르기 코드’ 등이다. 말은 그럴듯하지만 결과는 다수 국민을 힘들게 만든 얼치기 이념 코드다.

상습적 인사 파행은 그 자체가 악성 코드다. 자진 사퇴로 가닥이 잡혔다지만 헌법기관의 권위와 헌법에 심한 상처를 남긴 전효숙 파동, 정연주 KBS 사장 연임 강행, 외교안보 라인의 ‘자주-햇볕 코드’ 인사 고집, 정부와 공기업의 끊임없는 ‘회전문 인사’와 ‘보은 인사’ 등 눈앞의 상황만도 다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다. 최근 재선에 성공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책임 있는 자리를 친구나 측근으로 채워서는 안 된다”고 했다.

청와대는 지난주 ‘청와대브리핑’에 올라온 500여 건의 부동산정책 비판 글을 삭제했다가 시민단체의 항의를 받고서야 복구시켰다. 이 일은 ‘듣고 싶지 않은 얘기는 아예 안 듣겠다’는 정권의 악성 코드가 확인된 작은 사례일 뿐이다.

대통령은 석 달 전 노사모 회원들을 초청해 “한국의 정치 경제 사회 중 빨간불이 켜진 곳은 없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이렇게 판단하면서 느닷없이 정치협상회의를 제안하니 그 진정성을 쉽게 믿을 수 있겠는가. 국정 파탄을 초래한 악성 코드를 버리지 않는 한 어떤 제안도 위기 모면을 위한 ‘전술적 변신’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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