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윤창현]버블이라 해도 서서히 바람 빼야

  • 입력 2006년 11월 17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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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코스피지수로 이름을 바꾼 종합주가지수의 기준일은 1980년 초이다. 1985년까지 100 근처를 헤매던 지수는 1988년 경상수지 흑자가 사상 최고치인 145억 달러를 기록하고 나서 1989년 처음으로 1,000을 넘었다. 적자로 돌아선 경상수지가 1993년에 소폭 흑자를 기록한 후 다음 해인 1994년에 다시 1,000을 돌파했다. 외환위기 이후 1998년에 400억 달러의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한 후 이듬해인 1999년에 지수는 다시 1,000을 넘어섰고 2004년에 흑자가 280억 달러가 된 뒤 2005년에 1,000을 다시 넘어섰다.

정책마비 증후군에 빠진 정부

올해 경상수지는 소폭 흑자를 기록하고 내년에 적자로 돌아설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과거 경험대로라면 내년 주가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재정적자는 계속되고 자본수지 적자까지 예상된다. 경상수지 자본수지 재정수지가 모두 적자인 ‘세 쌍둥이 적자’를 걱정해야 한다.

외신을 통해 전달되는 기사도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다. 블룸버그 통신의 칼럼니스트는 한국 경제의 심각한 위험 요소를 ‘정책 마비’라고 지적했다. 최근 광풍이 몰아치는 수도권 부동산부문은 전형적인 정책마비증후군의 결과이다. 비수도권 부동산은 썰렁한 가운데 외신은 벌써 부동산 거품이 꺼질 경우를 걱정한다.

부동산 가격의 급격한 하락은 말 그대로 재앙이다. 부동산 담보대출이 총체적으로 부실화되면 금융위기가 이어진다. 외환위기 때만 해도 재정이 건전해서 160조 원에 이르는 공적자금으로 금융 부실을 메웠지만 이제 300조 원에 육박하는 재정적자를 감안하면 공적자금 조달이 그리 쉽지만은 않다. 풍선에 든 바람을 빼겠다고 바늘을 동원하면 풍선은 터져 버린다. 서서히 바람을 빼야 한다. 정책마비증후군에 빠진 현 정부에서 그런 세심한 정책을 기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기업부문은 어떤가. 미래를 위한 연구개발 투자가 부진해진 지 오래되었다. 기업의 성장성에 문제가 오고 있다. 부동산 상승은 은퇴를 준비하는 베이비부머 세대가 기업부문에서는 더는 기대할 것이 없다고 보고 일생 동안 쌓은 자산을 부동산부문으로 재조정하기 시작했다는 신호일 가능성이 크다.

출자총액제한제도에 관한 논의도 그렇다. 경제가 어렵고 한 푼의 투자가 아쉬운 시점에서 투자 억제 가능성이 큰 출총제에다 순환출자금지까지 더해서 강력한 규제를 가하겠다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생각이 재정경제부 및 산업자원부와 부닥쳤다. 조정이 제대로 안 돼 시간을 한참 소비했고 약간 완화된 유지 수준으로 겨우 가닥을 잡았다. 경제정책의 조화와 조율이 힘들어져 버린 모습 속에 또 하나의 정책마비증후군 가능성이 보인 셈이다.

여당, 경제살리기에 매진을

이제 부동산부문에서만 돌면서 국지적인 인플레를 일으키는 자금의 물꼬를 생산적 부문으로 터야 한다. 기업부문밖에 없다. 투자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기업부문에 맡기되 대기업을 중심으로 획기적 투자 활성화 패키지를 내놓아야 한다. 기업부문은 거미줄처럼 연결돼 있다. 한 군데에서 물꼬가 터지면 물은 삽시간에 강바닥 전부를 훑어 가며 흐른다.

5·31선거 패배 직후 뉴딜이라는 멋진 이름으로 명명된 여당의 정책 패키지를 다시 한번 부활시켜서 ‘뉴 뉴딜’이라도 만들어야 한다. 수도권 규제 완화, 출총제 폐지, 획기적 투자 활성화를 통한 일자리 창출. 이런 정책 패키지에 대한 논의는 끝났다. 실천만 남았다. 시간이 많지 않다. 정부 여당이 정책마비증후군에서 벗어나 기본으로 돌아가기(back to the basics)를 제대로 실천하기 바란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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