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부가 투자와 고용의 훼방꾼이다

  • 입력 2006년 11월 4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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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내년에도 투자나 고용을 늘릴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청년실업률이 7.3%인 상황에서 암울한 얘기다. 정부가 올해 초 약속한 일자리 40만 개 창출은 이미 물 건너갔고 저성장 터널도 끝이 안 보인다. 성장과 고용을 회복하려면 투자가 필수인데 설비투자 증가율이 6년째 1%대에 그치고 있다.

정부는 9월 ‘기업 환경 개선대책’이란 것을 내놓았지만 업계는 “기업이 뭘 원하는지 통 모르는 것 같다”고 냉소했다. 그제 외국인 투자유치 보고대회에 참석한 외국인들은 “한국 정부의 정책 혼선으로 인한 투자 불확실성이 투자의 걸림돌”이라고 꼬집었다. 마이런 브릴리언트 한미(韓美)재계회의 회장은 “중국은 정부가 나서서 노사문제 등 투자불안요인을 점검하지만 한국은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정부 산하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조차 그제 “수도권 규제를 친(親)시장적으로 바꾸라”고 건의했다. 개방화 시대의 수도권 규제는 기업의 지방 이전이 아니라 해외 탈출을 불러올 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는 국내외 기업계와 전문가들이 수없이 반복해온 이런 주문을 행동, 즉 정책으로 구현하지 않고 있다. 각국의 투자환경 개선 노력이 필사적인 가운데 유독 한국 정부만 투자 걸림돌을 치우지 않고 있다면 이는 결국 투자를 훼방 놓고 일자리를 내모는 것이나 다름없다. 진정한 기업 환경 개선을 외면하는 정부는 ‘반(反)국민 정부’라고 할 수밖에 없다.

올해 들어 9월 말까지 한국인의 해외 직접투자액은 125억 달러로 외국인 국내 직접투자액(74억 달러)의 1.7배다. 그런데도 특히 공정거래위원회는 ‘규제 업그레이드’를 고집하고 있고, 권오규 경제부총리는 투자와 고용의 증대를 이끌어 낼 정책 리더십을 보여 주지 못하고 있다. 하기야 정권의 ‘좌파 코드’를 거스를 사람이라면 애당초 경제부총리도, 공정거래위원장도 될 수 없었을 것이기는 하다.

노무현 정부가 실패를 거듭해 온 코드정책을 스스로 변호하고 고집하며 기업과 시장을 계속 옥죄는 한, 투자와 고용의 증대는 기대하기 어렵다. 민생은 지금 인내의 임계점에 이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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