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성기백]연어가 사라진다면

  • 입력 2006년 10월 25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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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18년째 귀한 손님을 맞아 왔다. 지금도 손님을 맞을 준비에 부산하다. 멀고 험한 여정 끝에 죽음이 기다리는 줄 모르고 앞만 보고 달려 온 손님은 ‘연어’다.

동해안에 가을만 되면 되돌아오는 연어는 태고 때부터 하천에서 종족을 번식하며 귀한 몸값을 해 온 우리의 고기이다. 국내에서는 연어가 점점 줄어들어 자연 번식이 아닌 인위적인 방법으로 번식한다. 왜 그럴까.

연어는 민물에서 태어나 바다에서 성장한 후 종족 번식을 위해 자기가 태어난 하천으로 반드시 돌아온다. 이렇게 돌아온 어미 연어를 사람들이 가만히 놔두지 않고 산란하기 전에 모두 잡아버린다.

연어 어미는 종족 보존이라는 사명감을 갖고 멀고 먼 북태평양을 지나 모천에 돌아와 산란한 다음 죽는다. 죽은 어미는 미생물에 의해 분해되고, 물로 방출되는 영양소는 조류와 식물이 흡수하고, 1차 생산자를 거쳐 결국에는 연어 치어의 먹이가 된다. 죽어서도 자기 자식을 위해 모든 걸 바친다.

연어가 주는 선물은 이렇게 많은데 안타깝게도 인간의 무지에 의해 연어는 점점 줄어든다. 연어는 골재 채취와 생활오폐수 등에 의해 모천의 환경이 변하면 자기가 태어난 곳을 기억하지 못하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

자원이 거의 멸종에 이르러서야 사람들은 보호하려고 한다. 얼마 전 북미 5대호 가운데 하나인 캐나다의 온타리오 호수에서 1세기 전에 사라진 대서양 연어를 다시 돌아오게 하는 환경회복운동이 추진된다는 기사를 봤다. 파괴된 환경의 회복은 돈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연어는 요즘 건강식품, 웰빙식품으로 각광받는다. 연어가 돌아오는 모습을 보려고 많은 사람이 찾아온다. 하지만 연어 방류 사업에 걸림돌이 생겼다. 최근 5년 동안 연어가 크게 감소했기 때문이다. 연어 자원을 늘리기 위해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한데 국내 실정은 그렇지 못하다. 낭비라는 인식 때문이다. 이것이 바른 논리일까. 돈이 안 되면 투자하지 않는 게 자본주의 원리지만 생물은 다르다.

연어는 눈에 보이지 않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를 갖는다. 환경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고 생태 교육의 장으로서의 활용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라도 연어 방류 사업은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성기백 국립수산과학원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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