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 카페]건설이 사는길

  • 입력 2006년 9월 28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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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는 공장입니다. 3만여 개의 부품을 조립해 아파트라는 ‘제품’을 만듭니다. 공장이 잘돼야 근로자도 먹고삽니다. 그런데 이 공장들이 우수수 쓰러지고 있습니다.” 건설협회장은 얘기합니다. “이대로 가면 우리도 경제도 죽는다”고.》

26일 권홍사 대한건설협회 회장을 인터뷰했습니다. 그의 말을 들으면서 ‘참 아이디어가 많은 분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본보 27일자 A12면 참조▽

▶권홍사 회장 “공공개발이 땅값 부채질… 전국 투기판”

권 회장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서울 강남 집값에 대해 독특한 처방을 내놓았습니다.

강남 일부 지역 아파트 시세가 평당 5000만 원에 이르는 것은 기본적으로 이 지역의 물량이 부족하기 때문에 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겁니다. 한강변 아파트는 층수 제한을 풀고 용적률(대지면적 대비 건물 연면적 비율)을 높이자고 제안했습니다. 성냥갑 모양의 ‘판상형’ 아파트 대신 탑 모양의 ‘탑상형’ 아파트를 짓자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면 아파트를 더 많이 지을 수 있는 데다 단지 내 녹지도 많아질 뿐 아니라 아파트 사이로 남산이 보이고 유람선을 타면서도 답답한 느낌도 훨씬 덜할 것이라고 강조하더군요.

하지만 화제가 부동산 정책과 지방 건설경기에 이르자 권 회장의 표정은 어두워졌습니다.

그는 아파트를 ‘공장’에 비유합니다. 3만여 개의 자재를 조립해 하나의 아파트가 완성되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아파트 건설은 고용효과 유발, 지역경제 활성화와도 밀접하게 연관되니 공장이라는 거죠. 그런데 이 공장이 무너져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서울이나 지방이나 똑같이 적용되는 세금, 대출 등 각종 규제로 내년이면 쓰러지는 건설사가 속출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았습니다. 최근 건설교통부가 발표한 지방경제 활성화 대책에서 수도권과의 차등 규제가 빠진 것에 대해 내심 섭섭해하는 눈치였습니다.

그는 ‘건설 위기 발(發) 장기 침체’에 빠질까 걱정했습니다. 아파트를 지을 땅은 줄어들고 규제는 강화되기 때문에 결국 해외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는 말도 했습니다.

권 회장은 건설업이 국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데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해 속상하다는 얘기도 덧붙였습니다. 대한건설협회도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무역협회 등을 지칭하는 경제 5단체와 더불어 ‘경제 6단체’에 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건설업계의 주장 가운데 때로 ‘집단이기주의’가 없진 않겠지만 정부도 경청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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